[ 오르고의 영어잡설 16] 정월은 야누스이 달
보스톤코리아  2018-05-14, 10:32:12 
4월은 잔인한 달이란 말이 있다. 보릿고개가 있었고, 4.19혁명이 있었고, 또 중간고사가 있기 때문일까? 대학에서 영문학을 공부한 사람이라면 T.S. 엘리엇의 <황무지>란 시를 떠올리기도 한다. 바로 거기에 ‘4월은 잔인한 달’이란 구절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황무지>에서도 4월이 왜 잔인한 달인지 이유를 제시하지는 않는다. 다만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한 가지 근거는 있다. 일찍이 제프리 초오서가 <켄터베리 이야기>에서 4월이 되면 만물이 소생하고 경건한 신도들이 순례를 떠난다고 노래한 적이 있다. 미국을 떠나 영국으로 귀화한 시인 엘리엇은 초오서의 이 장편시를 패러디해서 20세기의 부조리를 비판했던 것이다. 그에게 4월은 더 이상 생명의 달이 아니라 잔인한 달이었던 셈이다.   

4월은 April이다. 하지만 로마시대에는 Aprilis가 일 년의 두 번째 달이었다. 일 년의 첫 번째 달은 알다시피 January이다. 일월은 마치 야누스의 얼굴처럼 한쪽은 지난해, 다른 한쪽은 새해와 맞닿아 있는 달이기도 하다. January란 이름 자체가 Janus에서 온 것이기도 하다. 프랑스어에서는 Janvier, 포르투갈어에서는 Janeiro가 된다. 브라질 제2의 도시 Rio de Janeiro는 아메리고 베스푸치가 이곳을 발견한 날짜가 1월 1일이었기 때문에 이러한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우리말로 하자면 ‘1월의 강’이다. 또 다른 설은 베스푸치가 이곳이 커다란 강의 하구인 것으로 착각했기 때문에 마치 두 얼굴의 야누스처럼 강의 하구 양쪽을 의미하는 Janeiro라 불렀다고 한다. 

일 년의 두 번째 달인 February는 로마시대에는 마지막 달이었다. 새해를 맞기 위해 정화를 하는 달이었기 때문이다. 3월인 March는 로마의 전쟁의 신 Mars에서 왔다. 하긴 로마시대에는 3월이 전쟁하기 딱 좋은 계절이었을 것이다. 고대의 전쟁은 날씨와 기후의 영향을 받아서 전쟁 중에도 자연재해가 나면 잠시 중단하기도 했으니까. 무술을 martial art라 하는 이유도 Mars에서 온 단어이기 때문이다. march가 ‘행진하다’란 동사도 되는 이유는 결국 전쟁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5월인 May는 로마신화에서 땅과 풍요의 여신인 Maia에서 왔다. Maia는 불과 대장장이의 신인 불카누스(Vulcan)의 아내이다. 그리스신화에서는 Maia가 바람둥이 제우스와 동침해서 헤르메스(Hermes)를 낳는다. 5월의 신 Maia가 없었더라면 우리나라 부유층 부인들이 좋아하는 Hermes(프랑스어 발음으로 ‘에르메스’)는 탄생하지 못했을 테니 어쩔 뻔 했을까. 6월 June은 로마 최고의 여신 Juno에게 바쳐진 달이다. 

전에 July와 August에 대해서 말했었는데, 간단히 되풀이하자면 이렇다. 원래 5월에 해당했던 Julius를 율리우스 카이사르에 대한 존경의 표시로 그가 태어난 7월의 이름으로 옮겼고, 그의 양아들이지 로마제국 최초의 황제가 된 아우구스투스 옥타비아누스에 대한 존경의 표시로 그의 이름 Augustus를 8월의 이름으로 정했다. 결국 원래 7월이었던 September는 9월이 되고, 원래 8월이었던 October는 10월이 되고, 원래 9월이었던 November는 11월이 되고, 원래 10월이었던 December는 12월이 되었다. September가 7월이었던 이유는 로마시대에는 일 년의 시작이 1월이 아니라 3월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순차적으로 October는 8번째, November는 9번째, December는 10번째 달이었다.

로마는 신의 나라였다. 눈꼽만한 근거라도 있으면 신을 만들어내는 가히 god-friendly한 나라였다. 오죽하면 온갖 신을 모셔놓은 판테온 신전까지 만들었을까. pan-은 ‘모든’, theon-은 ‘신전’이란 뜻이다. 1년 열두 달을 신의 이름으로 짓다가 7, 8월에 가서는 신이 아닌 인간의 이름을 사용한 것 같지만 그건 아니다. 카이사르와 아우구스투스는 이미 살아 생전에 신격화되었기 때문이다. 9월 이후 넉 달에 대해 신의 이름이 사용되지 않은 것은 이미 사용한 신들의 이름을 빛내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올댓보스톤 교육컨설턴트, orugo4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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