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할 줄 아는 넉넉한 가슴이길...
신영의 세상 스케치 642회
보스톤코리아  2018-04-23, 11:44:29 
봄이 왔는가 싶었는데 겨울은 아직 머물러 있다. 긴 혹한의 겨울을 견디며 새순을 올리고 꽃을 피우던 고운 꽃잎 위에 이른 아침 시린 눈발이 지났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이 사는 일이 아닐까 싶다. 내 마음과 욕심대로 되지 않는 것이 우리네 삶이고 인생이지 않던가 말이다. 이런저런 일을 겪으며 성공과 실패를 거듭하고 기쁨과 아픔과 고통을 겪어가면서 경험을 토대로 지혜를 배우는 것일 게다. 그렇다면 인생은 손해가 아닌 언제나 득이되고 남는 장사가 아닐까. 그것은 어떤 사람이나 사물을 바라보는 자신의 사고의 관점에서의 시작일 게다.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을 따지기 이전에 말이다.

계절과 계절의 샛길에서 만나는 자연은 내게 늘 감동을 선물한다. 세상에 속해 바쁘게 살다 보면 잊었던 아니 잃어버렸던 나 자신을 자연과 마주하면 아주 가까이에서 나를 만나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작은 피조물인 나를 고백하고 크신 창조주의 신비에 감동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 나를 잊은 시간은 어쩌면 훌쩍 흘러가 버린 바람이나 구를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나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고 더불어 자연의 한 부분임을 고백했을 때만이 나는 더욱 자유로워질 수 있으며 나 아닌 다른 것들을 받아들이고 포용할 수 있는 넉넉한 가슴이 되는 것이리라.

회색의 도시에서 만나는 사람과 사람은 참으로 무표정일 때가 많다. 서로 각자의 길을 응시하며 목표를 향해 걸을 뿐이다. 그것은 경쟁 속에서 곁을 챙겨볼 여유가 없기 때문일 게다. 느낌은 차다. 눈빛은 쌀쌀하다. 표정은 없다. 그 속에 나도 있고 너도 있고 우리가 있다. 잠시 눈을 감고 그 회색 도시의 빌딩 숲을 걸어본다. 참으로 우울해지고 음침해지기까지 한다. 여기까지 온 것은 어떤 이유였을까. 그렇다면 계속 이렇게 가야 하는 것일까. 어디까지 다다라야 멈춤일까. 또, 이것은 누구의 선택이었으며 책임일까. 이쯤에서 멈추게 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우리는 누구나 익숙해진 것이 편안하고 그래서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것이 좋든 나쁘든 간에 나도 모르는 사이 그것에 안주해 있는 것이다. 그것이 사람이 되었든 사물이 되었든 일이 되었든 관계를 이루고 사는 우리는 많이들 그렇게 살아왔다. 그래서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나 새로운 곳에 대한 도전 역시도 나 아닌 다른 사람들이 선택한 일이라고 치부하며 관심도 없이 많이들 살아온 것이다. 세상에 좋고 나쁨이 어디 따로 있겠는가. 다만 내가 느끼는 마음만이 좋다고 나쁘다고 그렇게들 느끼며 사는 것이다. 무해무덕 변덕스럽지 않으면 최고지 하고 말이다.

하지만 내가 늘 머물던 곳에서 잠시 눈을 들어 하늘을 보고 산천을 둘러보면 다른 세상이 열리는 것이다. 그동안 내 앞만 바라보고 걷던 그 자리에서 잠시 멈춰 서서 이리저리 둘러보는 여유를 가질 수 있다면 삶은 더욱 넉넉해지고 풍요로워지는 것이다. 길을 걷다 구석진 작은 귀퉁이에 기대어 핀 이름 모를 꽃을 바라보면 어찌 감동하지 않을까. 생명에 대한 감사가 절로 나오게 되며 지금에 처한 내 처지를 한탄하기보다는 감사로 차오르게 되는 것이다. 그동안 무뎌진 감성을 일깨울 수 있다면 감동은 절로 탄성으로 터질 것이며 마음은 절로 여유로워질 것이다.

세상의 나이가 들수록 감성은 메마르기 쉽다. 그럴수록 다른 사람의 장점을 일부러 찾아서라도 칭찬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그것이 반복되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 감성이 풍부해지고 감동이 쉬이 오는 것이다. 그것은 나 자신에게도 이로울뿐더러 다른 사람에게도 기쁨과 행복을 선물하는 귀하고 값진 것이지 않겠는가. 내 마음의 감성이 메말라 감동할 줄 모르면 나 자신에게도 해로울뿐더러 다른 사람에게도 퉁명스럽고 불친절한 느낌으로 남지 않겠는가 말이다. 이처럼 자연이 주는 감동을 꽃을 보면서 숲을 보면서 하늘을 보면서 구름을 보면서 느껴보자.

어디 연세 드신 어른들뿐이겠는가. 젊은이들도 바쁘게 살다 보면 자신의 감성을 잊고 살 때가 얼마나 많은가. 우리는 누구와 무엇을 나누고자 할 때 내가 가진 것에서밖에 뭘 더 나눌 수 있겠는가. 그렇다면 내게 있는 것이 도대체 무엇이 있을까 잠시 생각해 보라. 요즘처럼 각박한 마음과 가슴으로 사는 시대에 서로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이며 나눌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자. 또한, 내가 다른 이에게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 보라. 어느 순간, 어느 자리에서 누군가의 필요한 '따뜻한 웃음'을 나눌 수 있다면 서로에게 넉넉한 가슴이지 않을까.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skybost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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