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나도 누군가의 풍경이 되어...
신영의 세상 스케치 638회
보스톤코리아  2018-03-26, 13:55:18 
사람들을 만나면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내 이야기를 들려주며 서로의 관계를 만들고 나누며 소통하게 된다. 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알지 못했던 것들을 그들을 통해 배우기도 하고 깨닫기도 하며 내 삶에서 실천해보려 노력도 해본다. 참으로 사람의 얼굴 생김새만큼이나 각양각색의 개성이,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말과 행동이 때론 재밌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다. 어찌 이렇게 서로 다른 것들로 만들어 조화를 이루게 하셨을까 하고 생각하며 창조주에 대한 경외와 감사와 찬양이 절로 나온다. 내가, 내 것이 귀한 만큼 다른 사람과 그들의 것도 얼마나 소중한가를 깨닫는 오늘이다.

3월 초 한 열흘 플로리다주 웨스트 팜 비치(West Palm Beach)에 다녀왔다. 큰 아들이 지난 9월 보스톤에서 첫 직장을 잡아 일을 하다가 여러 가지 조건이 아주 좋다며 지난 1월에 웨스트 팜 비치의 로펌으로 직장을 옮겨갔다. 아들 덕분에 3월 초 매사추세츠주의 폭설을 비켜 플로리다주의 따뜻한 곳에서 보내게 되었지만, 뉴스를 통해 연이은 폭설 소식에 마음이 편안하지만은 않았다. 우리 집에도 전기가 하루 반나절 정도 나가서 고생했고 동네 길마다 모두 막아놓아서 아침 시간 돌고 돌아 하이웨이 길을 찾아 일을 갔다며 짝꿍은 불평 섞인 말로 투덜거린다.

이번 플로리다 방문에서 아침에 아들이 출근하고 나면 서둘러 준비를 마친 후 우버를 불러 타고 가까운 주변을 몇 군데 돌아보고 왔다. 그곳 플로리다주 Palm Beach를 찾는 이들은 미국 각 도시에서뿐만이 아니라 세계 각처에서도 많이들 찾는 곳이기도 하다. 특별히 겨울이 춥고도 긴 도시인 미 동부와 북동부(워싱턴, 뉴욕, 보스톤 등)에 사는 이들에게는 따뜻한 플로리다주가 그리운 것이다. 연세가 많으신 어른들은 더욱이 그렇겠다는 생각을 이번에 또 하게 되었다. 그곳을 방문하며 만나는 얼굴들은 젊은이들보다는 연로하신 어른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Palm Beach를 돌며 사진을 담다보니 점심 때가 훌쩍 지난 시간이 되었다. 바로 바닷가를 이은 길과 연결되어 '명품거리(Worth Avenue)'가 있었다. 미국에는 어느 도시마다 '명품가'가 있다. 매사추세츠주 보스톤에는 'Newbury Street'이 있고 뉴욕주 뉴욕 맨해튼의 명품거리인 '5th Avenue'가 있는 것처럼 플로리다주 팜 비치에는 'Worth Avenue'가 있다. 요즘은 '명품'에는 그리 큰 관심이 없지만, 이왕 왔으니 거리를 둘러보는 것도 썩 괜찮은 일. 점심때가 되었으니 어디가 맛난 음식이 있을까 하고 여기저기 둘러보다가 입구에 진분홍 꽃이 만발한 레스토랑을 찾아 들어갔다.

손님들이 가득하다. 그 분위기에 기분이 좋아졌다. 음식 맛이 아주 좋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어쩌면 시장기가 더욱 후각을 유혹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밖이 보이는 자리는 손님들이 이미 꽉 들어찼다. 조명이 어두운 좁은 입구를 지나 안내를 받으며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는데 들어가서 보니 그곳은 더 넓고 손님들도 테이블마다 가득했다. 입안의 군침이 쏴아~ 오르기 시작했다. 그 분위기와 느낌처럼 음식이 참 맛있었다. 바로 '명품 음식'이었다. 그렇게 또 하루를 잘 보내고 팜 비치에서 우버(Uber)를 불러 타고 아들 아파트에 도착했다.

그리고 다음 날에는 아들이 일러준다. 멋진 호텔이 있으니 구경 다녀오라고 말이다. 'The Breakers'라는 플로리다주 Palm Beach에서 아주 럭셔리한 호텔이다. 그래서 아들 덕분에 다녀오게 되었다. 멀리 호텔이 보인다. 게이트가 가까워지고 사진이나 몇 담아가려고 갔는데 아뿔싸!! 들어가는 입구에서부터 호텔 구경하고 사진 몇 담고 싶다고 했더니 셀폰으로는 괜찮지만, 카메라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그럼, 알겠다고 대답을 해주고 호텔 안으로 들어가 여기저기 구경을 잘하고 왔다. 호텔 뒤쪽은 푸르른 바다와 출렁이는 파도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다.

그리고 주말(토)에는 아들이랑 엄마랑 데이트를 했다. 아들과 함께 West Palm Beach에서 출발하여 기차를 타고 마이애미에 다녀왔다. 아직은 철로가 마이애미까지 연결이 되지 않는단다. 지금 공사 중이라 곧 연결될 거라고 한다. 그래서 가는 중간에 내려 우버를 타고 마이애미에 도착했다. Miami Beach는 바닷물 색깔이 Palm Beach와는 확연히 다랐다. 팜 비치 물 색깔이 쪽빛이라면 마이애미 비치 물 색깔은 옥빛이었다. 한참 대학생들이 봄 방학 때라서 바닷가 주변 거리에는 젊은이들의 즐거운 모습들이 풍경이 되었다. 나 역시도 그들에게 또 하나의 풍경이 되어….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skybost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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