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르고의 영어잡설 9] 연어는 ‘쌜먼’인가 ‘쌔먼’인가?
보스톤코리아  2018-03-12, 13:38:45 
전에 영어를 철자로 배운 세대와 소리로 배운 세대의 차이에 대해 말했었다. 언어는 20만 년 전부터 존재했지만, 문자는 생겨난 지 기껏해야 5천년을 넘어서지 못한다. 언어의 본질이 소리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필자처럼 영어를 알파벳부터 배운 세대는 철자의 마술에 걸려 오히려 올바른 발음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철자의 간섭으로 인해 소리만 들었다면 절대로 저지르지 않을 실수를 저지르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salmon이다. 실제 발음은 [쌔먼]임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를 [쌜먼]이라 잘못 발음한다. 왜 /l/이 쓸 데 없이 들어가 있냐고? 그게 바로 영어다. 영어는 발음과 철자 사이가 가장 먼 언어로 악명 높다. 과학적이라는 한글을 사용하는 우리말에서도 발음되지 않는 철자들이 얼마나 많은가? ‘읽다’라고 쓰고 ‘ㄹ’은 발음하지 않는다.

‘값’이라고 쓰고 ‘ㅅ’은 발음하지 않는다.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이 겪을 어려움을 생각해본다면 우리가 영어를 배우면서 겪는 어려움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규칙이 있을까? 모든 규칙에는 예외가 있지만 나름대로 도움이 되는 규칙이 있다. 후설모음 /a, u, o/ 뒤에 -lm으로 끝나면 /l/을 발음하지 않는다. 가령 palm [팜], psalm[쌈], balm[밤], calm[캄], qualm[쾀]에서 /l/은 발음되지 않는다. 명탐정 셜록 홈즈는 Sherlock Holmes라 쓰지만 /l/을 발음하지 않는다. 

그럼 왜 elm은 [엘름]이라고 /l/을 발음할까? 좋은 질문이다. 전문용어로 /i, e, ʌ/를 혀의 앞쪽에서 나는 소리 즉 전설모음이라 한다. 전설모음 뒤에 오는 -lm에서는 /l/을 발음한다. film[필름], helm[헬름], 그리고 철혈재상으로 더 잘 알려진 독일 수상 Wilhelm II(빌헬름 2세)를 보면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압도하다’란 의미의 overwhelm은 어떻게 발음할까? 모음 /e/가 있으니까 당연히 [오버웰름]이라고 해야 한다. 더 아리까리한 질문. ‘영역’이란 의미의 realm은 어떻게 발음할까? 전설모음 /e/와 후설모음 /a/가 함께 있지만 /a/는 음가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뤨름]이라 발음된다. 

SAT에 나올 가능성은 낮지만 스펠링 비 대회에서는 나올 수 있는 단어 culm은 어떻게 발음할까? 생긴 것과는 달리 모음 u가 /ʌ/ 발음이기 때문에 [컬름]이라 발음한다. 영국에서 지붕을 이는 데 쓰이는 식물 줄기를 haulm이라 한다. 요상하게도 au-는 /o/로 발음되기 때문에 규칙에 따라 [홈]이라 발음된다. 핀란드 출신의 저명한 언어학자인 Anders Holmberg는 필자의 지인이기도 하고 한국에도 잘 알려진 분이다. 그런데 일부 한국인들이 그분을 자꾸 [홀름버그]라고 잘못 부르는데 영어발음은 [홈버그]이다. 노르웨이의 수도 Stockholm은 외국어니까 [스톡홀름]이라고 하지만, 이를 영어식으로 받아들이면 사정이 달라진다. 즉 접미사 -er을 붙여 Stockholmer(스톡홀름사람)로 바꾸면 [스톡홀르머]가 아니라 [스톡호머]가 된다.  

골프 선수의 대명사 Arnold Palmer는 [아놀드 파머]라 발음한다. 이유는 [palm + er]의 구조를 가지기 때문이다. 만일 palmer가 이런 구조를 가지지 않고 통째로 palmer라면 [팔머]라 발음한다. 접미사 -er은 ‘~하는 사람’이니까 palm-er는 ‘방랑하는 사람, 순례자’란 뜻이다. 아놀드 파머의 조상이 ‘순례자’였는지 골프선수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언어학적으로는 그렇다는 말이다. 베트남 전쟁에서 미군들이 자주 사용해서 악명을 떨친 폭탄인 네이팜(napalm) 탄은 재료 중에 팜유(palm)가 포함되기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여졌다. 

정신노동을 했더니 배가 고프다. 이제 폭탄 이야기는 그만하고 오늘 저녁엔 [쌜먼] 대신 [쌔먼]을 구워먹어야겠다.

올댓보스톤 교육컨설턴트, orugo4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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