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한글사전
보스톤코리아  2018-02-05, 10:36:57 
음력으로 아직 연말이다. 정초 설날은 며칠 더 기다려야 한다. 종이 한글사전에서 정초正初를 찾았다. 그대로 옮긴다. 

정초(正初) 1. 정월의 처음 몇일. 2. 그 해의 맨 처음 

한국에선 졸업시즌이다. 국민학교 (초등학교)를 졸업할 적이다. 우등생은 교육감상을 받았다. 영어사전이 부상副賞으로 전해졌다. 그 다음상은 국어사전이고, 옥편(한자어 사전)이 뒤를 이었다. 나야 그렇게 큰 상을 받아 본일은 없다. 내게 돌아온건 대학노트 한권이었을 거다. 범생은 범생인데, 공부 잘하는 범생은 아니었다. 품행은 방정했는데, 성적은 우수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십 수년전, 한국을 방문했을 때다. 큰글씨 성경을 샀다. 무겁기가 한량없는데, 그래도 마음만은 흡족했더랬다. 누구는 잠들 수없는 밤이면, 성경을 읽는다 했다. 평안한 마음에 잠이 제대로 온다 하던가. 다형 김현승시인이다. 

가장 고요할 때
가장 외로울 때
내 영혼이 누군가의 사랑을 기다리고 있을 때
나는 책을 연다.
(김현승, 책 중에서)

내게 잠오지 않는 밤은 드물다. 하지만 이따금 누워서 사전을 들척일 적도 있다. 한국에서 성경과 같이 사가지고 온 국어사전이다. 민중서관에서 출판되었다. 초등국어사전인데, 재미가 쏠쏠하다. 작고 그닥 두껍지 않은데, 콘사이스 백과사전에 가깝기 때문이다. 사전辭典을 포함한 사전事典수준인게다. 사진이나 그림이 간간히 들어있는건 물론이다. 게다가 한자漢字와 영어도 곁들였다. 

예전엔 브리태니카 백과사전을 파는 상인이 제법있었다. 부유한 집엔 한질씩 들여놨다. 빌게이츠가 어릴적에 브리태니카 사전을 끼고 살았다 했던가. 뭔가 다르긴 다르다. 이제 종이사전을 입시와 공부에 직접 이용하는 건 아닌가 보다. 네이버 사전辭典이 있을 것이고, 백과사전事典은 위키피디아가 차라리 편하다. 

백화점 카달로그는 백과사전마냥 두껍다. 어릴적에 Sears 카달로그를 가지고 놀았다. 긴긴 겨울밤 심심했을 텐데, 어린이 장난감 챕터만 용케 찾았다. 앞뒷장 떨어진 카달로그가 왜 우리집 안방에 있었는지 그건 알수없다. 그게 Sears 카달로그였다는 확신도 없다. 그냥 그럴거라 믿는거다. 아내가 듣고 한마디 안할 수없다. ‘쯧쯧. 시어머니는 장난감 좀 사주시지 않구선.’ 

국민학교 졸업식 뿐만아니다. 중학교 졸업식에서도 상으로 사전辭典이건 사전事典을 받아 본 일은 없다. 한창 졸업식을 맞는 한국 졸업생들, 축하한다. 꼭 영어사전을 상으로 받으라. 

‘죽은 자가 살아난다는 것을 말할진대 너희가 모세의 책중’  (마가 12:26)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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