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니악을 타세요?
[ 오르고의 영어잡설 2 ]
보스톤코리아  2018-01-22, 11:37:53 
한국에 SG워너비란 가수가 있다. Simon과 Garfunkel 같은 가수가 되고 싶다는 소망으로 S와 G를 따오고 ‘되고 싶다(want to be)’를 발음대로 해서 wannabe로 했다고 한다. want to는 /n/ 다음의 /t/가 /n/으로 바뀌니까 [wanna]로 발음된다
한국에 SG워너비란 가수가 있다. Simon과 Garfunkel 같은 가수가 되고 싶다는 소망으로 S와 G를 따오고 ‘되고 싶다(want to be)’를 발음대로 해서 wannabe로 했다고 한다. want to는 /n/ 다음의 /t/가 /n/으로 바뀌니까 [wanna]로 발음된다
수년 전 자원봉사로 시민권 특강을 할 때의 일이다. 나이 많으신 어르신 한 분이 필자에게 [포니악] 얘기를 자주 하셨다. 그냥 그렇거니 하고 지나치다가 하루는 그게 도대체 뭔지 궁금해져서 그분께 여쭤보았더니 자동차 이름이라고 하셨다. 필자도 잘 알고 있던 pontiac! 아, 이 단어를 [폰티악]이 아니라 [포니악]이라고 발음하셨구나. 필자가 오랫동안 [폰티악]이라 알고 있었고 사전에는 분명 그렇게 나와 있는데. 필자는 큰 충격을 받았다. 

사실 필자가 그걸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n/ 다음의 /t/는 /n/으로 발음한다는 내용을 대학교 영어음성학 시간에  분명히 배웠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실생활에서 전혀 활용하지 못하고 있음을 그분이 필자로 하여금 깨닫게 해주신 것이다. 

규칙을 적용하면 pontiac은 당연히 [폰티악]이 아니라 [포니악]으로 발음된다. 단 미국영어에서만. 지난 1회 칼럼에서 다룬 규칙과 더불어 이 규칙도 영국영어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포니악]으로 충격을 받은 후에도 필자는 같은 규칙에 관해 여러 번 더 충격을 받았다. 예를 들면 sentence같은 단어들 때문이다. 이 단어야말로 중학교에서 처음 배운 이후 언제나 [쎈턴스]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었는데, 아뿔싸, 필자의 지도교수는 [쎄넌스]라고 발음하는 것이 아닌가! 한국에서 배운 영어가 말짱 도루묵이란 배신감마저 들 지경이었다. interview가 [이너뷰], international이 [이너네셔널]이 되는 것은 그나마 예상할 수 있었다. 책에서 배웠으니까. 하지만 sentence를 [쎄넌스]로 발음하다니! 

뿐만이 아니었다. 어떤 유명한 언어학자의 강연에 간 적이 있었는데 갓 유학 온 필자는 그의 강연을 거의 알아듣지 못했다. 결국 중간에 듣기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강연내용은 거의 못 알아들었지만 자주 들리던 단어 하나가 생각나서 사전을 찾아봤더니 이번엔 더 큰 충격이 엄습해왔다. 필자도 잘 알고 있는 중요한 학술용어였던 antecedent(선행사)란 단어였다. 그 교수는 이 단어를 [애니씨던]이라고 발음하는 것이 아닌가! 그때까지도 초지일관 [앤티씨던트]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아, 영어는 정말 어려워, 이런 생각을 하면서 그날 필자는 레드라인 전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왔었다. 

학교를 ‘너무’ 오래 다니면 영어를 소리가 아니라 글씨로 배우게 된다. 이민 2세대처럼 소리로 영어를 배운 사람들은 철자가 약할 수는 있어도 영어를 못 알아듣거나 잘못 발음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글씨로 영어를 배운 ‘불행한’ 세대의 이민자들을 위해 규칙을 정리하면 이렇다. /n/에 연속되는 /t/는 /n/으로 발음한다. 한국에 SG워너비란 가수가 있다. Simon과 Garfunkel 같은 가수가 되고 싶다는 소망으로 S와 G를 따오고 ‘되고 싶다(want to be)’를 발음대로 해서 wannabe로 했다고 한다. want to는 /n/ 다음의 /t/가 /n/으로 바뀌니까 [wanna]로 발음된다. 

필자에게 깨달음을 주신 그 어른은 영어 철자를 모르는 분이셨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pontiac을 [폰티악]이 아니라 [포니악]으로 배우기가 쉬웠을 것이다. 철자를 알았다면 /t/를 곧이곧대로 발음하고자 했을 테니까. 이거야 말로 ‘아는 것이 병’이고 ‘모르는 게 약’인 경우가 아닐까. 

물론 모든 규칙에는 예외가 있다. Toronto를 [터라노]가 아니라 [터란토]라 하는 이유는 이 단어가 영어가 아니라 인디언어에서 온 것이기 때문이다. 또 pendant처럼 /nt/로 끝나버리면 /t/를 /n/으로 바꿀 수 없다. 모음이 있어야 발음이 바뀌든 말든 할 테니까. 개미든 아줌마든 마찬가지이다. 뭔 소리? ant(개미)든 aunt(아줌마)든 /t/는 뒤따르는 모음이 없기 때문에 /t/로 발음한다는 말이다. 이제 미국인들이 왜 centimeter를 [세니미러], center를 [세너], 그리고 I want to go(나는 가고 싶다)를 [아이 워너 고우]라 발음하는지는 분명해졌다. 며칠 전에 한국에는 [산타 클로스] 할배가, 미국에는 [쌔너 클로스] 할배가 다녀갔다는 점도 분명해졌다.  


올댓보스톤 교육컨설턴트, orugo4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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