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백마디 말보다...
신영의 세상 스케치 629회
보스톤코리아  2018-01-22, 11:35:44 
살다 보면 삶의 폭이 좁아지고 깊어지는 계기를 만나기도 한다. 그것은 바로  인생의 연륜이 쌓여간다는 의미일 게다 . 우리의 인생 속에서 좋은 일, 나쁜 일이 따로 있지 않음을 깨닫게 되는 나이이기도 하다. 세상의 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서운해하거나 섭섭해만 할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나이가 들어 좋은 것들도 솔솔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마음닦기 공부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그것은 때와 장소와 상관없이 그 사람의 말씨에서 그 사람의 마음이 종종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 말버릇은 누가 대신해줄 수도 없거니와 더욱이 고쳐줄 수는 없는 까닭이다. 

사람은 누구나 타고난 성품과 성향이 있어 제각각의 모양과 색깔과 소리를 낸다. 그래서 표현하는 방법도 제각기 다른 것이다. 그 다른 것이 때로는 상대방에게 거슬리기도 하고 서로 불편한 관계로 이어지기까지도 하는 것이다. 그 다름을 받아들이지 않고 틀렸다고 생각하며 밀어내기에 그런 사단이 일어나는 이유이다. 이렇듯 나와 다른 것은 모두가 틀린 것이라고 생각하는 그것은 어디로부터 온 것일까. 아마도 그것은 어떤 명제를 놓고 비교할 수 있는 여유의 시간을 갖기보다는 무엇인가 빠른 답을 얻기 위한 흑백논리를 통해 빠른 결정을 원하는 것은 아닐까 싶다.

우리의 인생 여정에서 좋은 일 나쁜 일이 따로 없음을 알지만 때로는 내게 버거운 일을 만나게 되면 세상에 나 혼자만 이런 일을 겪는가 싶기도 한 것이 우리네 인생이지 않던가. 그렇다, 삶에서 좋은 일도 연이어 오기도 하지만, 감당하기 버거운 일도 연이어 오기 마련이다. 이런 일을 맞닥뜨린 당사자에게는 그 시간이 얼마나 버거운 시간이고 견디기 힘든 시간이겠는가. 내 일이 아니라서 퍽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말하는 순간, 내게도 더 큰 어려운 일이 닥칠 수 있는 것이 바로 우리의 인생인 까닭이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것이 우리의 인생이 아니던가.

이렇듯 삶은 늘 불안정한 수위를 돌고 돌며 안정을 맞추려 애쓰는가 싶다. 이만큼 걷다 보면 언덕길을 만나고 헉헉거리는 숨으로 고개를 오르다 보면 정상에 올라 깊은 호흡으로 아래를 내려다볼 수 있는 때가 오는 것이다. 하지만 오르는 길은 길따라 오르면 되지만, 내려오는 길은 더욱 조심해야 함을 알 것이다. 그만큼 오르막길보다 내리막길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러니 어찌 내가 지금 평안하다 해서 다른 사람의 지금의 불행함을 남의 것이라 여길 수 있을까 말이다. 오르내리는 인생길에서 내 몸을 잘 지탱하며 안정을 취할 수 있는 중심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내 일이 아니더라고 내가 겪는 아픔이 고통이 아니더라도 남의 일이 남의 일만이 아닌 까닭이다. 그것은 바로 내 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내가 힘든 일을 겪을 때를 생각해 보자. 내 가족이 건강의 적신호로 있을 때를 생각해 보자. 다른 사람이 와서 수많은 말로 위로를 한들 그 위로가 얼마만큼 귀에 들어오겠으며 더욱이 마음에 들어오겠는가 말이다. 그러하기에 다른 사람의 아픔과 고통과 시름에 있는 시간에는 백마디 말보다 살며시 다가가서 따뜻하게 손 한 번 잡아주는 것이 더 깊은 위로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묵묵히 기다려주는 것이 위로인 것이다.

삶에서 친구나 친지에게 어려운 일이 연이어 일어나는 상황에 있을지라도 어떻게 또 이런 일이 일어났냐고 묻지 말고 따뜻한 마음을 담아 손잡아 주면 그것으로 최고의 위로가 될 것이다. 다른 사람이 그 사람이나 그 가족의 연이어 힘든 일에 훈수를 두거나 흉을 보려 하거든 차분한 마음으로 그 사람의 손마저도 따뜻하게 잡아주면 좋을 일인 게다. 세상은 돌고도는 일인 까닭에 그 어려움이 그 버거움이 언제 내게 올지 모를 일임을 안 이유이다. 그저, 그렇게 따뜻한 마음 담아 손 한 번 꼭 잡아줄 수 있음으로 나와 그와 그리고 더불어 훈훈한 정이 돌고 돌아 내게로 올 까닭이다.

요즘은 TV나 SNS 그리고 정치나 사회 그 어디에서도 고운 말이 그립다. 요즘은 잘린 글과 말에 알아들을 수 없어 답답한데 'ㅁㅊㅅㄲ' 초성글자까지 나와 머리의 한계를 느끼게 한다. 세상은 초고속으로 변하는데 사람만 제자리에 있을 수 없을 테지만, 그래도 너무 많이 변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은 간절하다. 무엇보다 내 마음과 말은 제대로 잘 있나 흔들어 세워보아야겠다. 쓸 말, 안 쓸 말, 버러야 될 말 들을 하나둘씩 주워 모아 새해에는 무엇보다도 고운 말을 쓰고 실천하는 한 해로 마음을 세워보아야겠다. 때로는 백마디 말보다 따뜻한 마음의 손으로 다가갈 수 있기를 바라며.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skybost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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