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행복하시라
보스톤코리아  2018-01-22, 11:34:27 
옛날 안방 아랫목 벽이다. 못이 몇개 박혀 있었다. 아버지 양복이 걸려 있었는데, 양복위엔 옷보(옷장帳) 가 덮혀 있었다. 옷보는 흰천으로 만들었고, 곱게 수가 놓여 있었다.  Happy, 스위트 홈, 등등..  해피는 행복이란 말이다. 

소문만복래笑門萬福來. 웃음이 가득한 집안엔 복이 제발로 찾아온다. 적극적으로 해석했는데, 웃어야 행복이 찾아오는 건지, 행복해야 웃는 건지. 그건 헷갈린다. 복福자가 재미있다. 아주 옛날 사기 국그릇에 무늬되어 그려져 있었다. 오복五福이란 말도 있다. 수壽, 부富, 강녕康寧이며, 덕德덕이고 고종명考終命이라 했다. 현대판 오복은 조금 다르다. 치아가 좋아야 하고, 자손이 많아야 하며, 부부가 해로 해야 한다. 약간의 재물이 있어야 할 것이고, 명당에 묻히는 거다. 그럴진대, 오복은 행복의 전제일 수도 있겠다. 하긴 오복이라면 떡집이름부터 떠오른다. 

강아지 이름중에 해피가 많았다.  부르기 쉽고, 발음하기 쉽다. 그런데 왜 아직도 해피/행복은  멀리 있는 건가?  사랑하지 않아 그런건가? 청마 유치환은 사랑하는 것이 행복하다 했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유치환, 행복 중에서)

한국 신문에 실린 컬럼제목이다.  ‘국민행복’.  옷보마냥 먼지 쌓인 단어이고 구舊시대 냄새가 난다.  하지만 시대가 변해도 화두는 마냥 유효한 모양이다. 부탄이란 나라를 예로 들었다.  부탄은 인도에 붙어 있고, 인도의 보호아래 독립을 유지하는 나라 이다. 인구도 적고 땅도 좁으며, 물질적 욕망과 불평을 억누르는 강력한 종교가 바탕이다.  또한 부탄은 소득이 적어도 무상교육과 무상의료라 했다. 자연환경과 문화를 소중히 여겨 외국 관광객도 가려서 받는다 했던가.  국민의 정신행복이 부탄의 국시國是라 했다.  

행복청廳.  한국 중앙관서 이름이다.  눈에 띄여 들여다 봤다. 국민행복을 다루는 관청인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라 했다.  이름이 길기도 하니, 줄여서 행복청이라 부르는 거란다. 부디 국민 모두 즐겁게 일하면서 행복하게 해주시라. 이름과 말만 행복하지 않기를 빈다. 

사랑하면서 모두 행복하시라. 

너희의 눈은 볼 수 있으니 행복하고 귀는 들을 수 있으니 행복하다. (마태 13:16, 공동번역)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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