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감사입니다'라고 고백하는 오늘이 또 감사한 날임을...
신영의 세상 스케치 626회
보스톤코리아  2017-12-21, 18:24:22 
지금 내가 호흡하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면 조금은 욕심을 내려놓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너무도 당연한 것이라 여기고 살기에 내가 숨을 쉬고 내가 걷고 뛰고 달리며 산다고 착각하며 사는 것이다. 그렇다, 만약 들이마신 들숨이 멈춰버린다면 토해낸 날숨이 멈춰버린다면 그것은 바로 호흡이 끊긴 것이다. 너무도 당연히 여기고 사는 들숨과 날숨의 호흡이 우리를 생과 죽음의 자리에 놓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갑자기 하얀 백지장처럼 먹먹해진다. 우리는 이렇게 나약한 존재임을 알면서도 인식하지 못하기에 욕심과 허욕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리라.

"호흡이 있는 자마다 여호와를 찬양할지어다 (시150:6)"의 말씀이 오늘처럼 감사하게 느껴지는 날이 없었다. 그것은 내 가족이나 친지나 친구가 병석에 누워 있을 때 더욱 간절하리라. 그 어떤 이유에서든 간에 병실에 누워 있어 나 스스로 호흡을 다스리지 못하고 인공호흡기에 의탁해 숨을 쉬고 있다면 말이다. 그래서 '호'하고 토해내는 날숨이 '흡'하고 들이마시는 들숨이 우리의 호흡임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지금 이 순간에 숨을 쉬고 있다는 것이 아무런 생각없이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이라 여겼는데 이것이 내게 너무도 '특별한 선물'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오늘이다.

모든 것이 감사입니다

십이월 중순에 서서 캘린더를 들여다보며
열두 달의 징검다리를 안전하게 건너게 해주시고
사계절 샛길마다에서 오늘을 맞게 해주시니
모든 것이 감사입니다

맑은 바깥 공기를 들이켜게 하사 들숨을 주시고
그 들숨을 멈추지 않으시고 날숨으로 토하게 하사
순간을 호흡하는 들숨과 날숨의 신비를 깨닫게 하시니
모든 것이 감사입니다

계절 속에 피고 지는 꽃들과 열매를 보면서
무한할 것 같은 인생에 제어 장치를 달아주시고
유한한 생명에 대한 존귀를 배우게 하시니
모든 것이 감사입니다

외로움이 엄습할 때 찾아와 따뜻하게 안아주시고
혼자인 듯싶을 때 곁에 와 함께 걸어주시는 당신
고독의 문을 열게 하사 당신의 얼굴 보여주시니
모든 것이 감사입니다

시린 세상에서 더불어라는 단어처럼 고마운 것이
외롭고 쓸쓸한 사람에게 함께라는 말처럼 따뜻한 것이
엄마 잃은 아이에게 엄마라는 이름보다 더 간절한 것이
모든 것이 감사입니다

내 욕심으로 상처받은 사람이 있는지
용서하지 못해 마음의 앙금이 남아 있는지 
풀어내지 못한 미움이 있는지 생각을 주시니
모든 것이 감사입니다

한해를 돌아보며 허락하신 호흡에 감사하고
지내온 시간 속에 챙기지 못한 이들을 떠올려 보며
다하지 못한 아쉬움보다 더해줄 준비를 시작하게 하시니
모든 것이 감사입니다

"본래 인간은 즐거워하는 대상에 찬사를 보내는 걸 좋아한다. 찬송은 기쁨을 표현할 뿐만 아니라 완성하기 때문이다. 애초부터 그렇게 되어있다. 연인들이 서로에게 예쁘다 멋지다는 얘길 끝도 없이 계속하는 건 의례적인 인사치레가 아니다. 기쁨은 표현으로 완성된다. ...표현이 어설프다 해도(오히려 그 편이 더 일반적이지만) 마찬가지다. 그런데 누군가가 완벽에 가깝도록 생생하고 온전하게 칭송할 수 있다면, 그러니까 가슴에서 솟구치다시피 쏟아져 나오는 감정을 시나 노래, 음악이나 미술로 순전하게 담아낸다면 어떻게 될까? 찬송의 대상이 가진 진가가 더없이 잘 드러나는 한편, 이편의 기쁨 또한 끝없이 커져갈 것이다." -CS 루이스<The Reflections on the Psalms> 중.

이 당연한 것 같았던 '호흡'을 깨닫게 된다면 우리는 한순간도 노래하지 않을 수 없다. 살아있음에 대한 감사가 절로 터져 나올 것이 당연한 것이기 때문이리라. 우리는 소소한 일상에 대한 무의식적인 흘려버림이 있다. 이렇듯 지금 내가 숨을 쉬고 있다고 자신이 인지할 수만 있다면 조금은 자유로운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내 삶에 있어 아주 특별한 사건인 까닭이다. 우리의 일상에서 아주 특별한 일은 이처럼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호흡이 소중한 것이며, 소소한 것들이 큰 행복이며 아주 특별한 일인 것이다.

지금 내가 살아서 호흡할 수 있다는 것이 내 인생의 처음이고 끝이며 전부이지 않던가. 이렇듯 숨을 쉬고 있음이 너무도 감사한 일이 아니던가. 자연을 가까이 하다 보면 더욱 창조주에 대한 감사가 절로 나온다. "어찌 이리도 아름다운지요? "하고 창조주에 대한 감사와 함께 너무도 작은 피조물인 나를 고백하게 되는 것이다. 바로 그 기쁨과 감사의 고백이 시와 노래가 되어 찬송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것이 감사입니다'라고 고백하는 오늘이 또 감사한 날임을...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skybost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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