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부끄럽지 아니한가
보스톤코리아  2017-10-23, 14:03:52 
  국민학교에 다닐 때다. 국민의 4대의무를 배웠다. 국방, 납세, 선거, 교육 의무가 그것이다. 선생님이 덧붙였다. 선거와 교육은 의무이면서 권리라고 했다. 어린 학동들은 이해할 수 없었다.  도대체 왜 의무여야 하는가 말이다. 당연히 권리일 뿐이라 생각했더랬다. 이해하는데에는 꽤 오랜 세월이 흘러야 했다. 다시 찾아봤다. 선거 의무는 없어졌다. 대신 근로 의무가 들어섰더라. 상식常識의 권리와 의무도 넣어야 하는 것 아닌가. 

  국민이 가져야 하는 기본상식을 가르치고자 했다. 차례가 온다는 보장만 있다면, 하루종일이라도 기다릴 수 있다. 눈총받으며 새치기 하고 싶지 않다. 제 차례가 온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 새치기하고픈 욕망이 일어난다. 부끄러움을 무릎쓴다는 말이다. 기다리면 차례가 온다는 걸 안다면, 상식을 가르칠 필요도 없다. 그게 모두 공평하고 순조롭게 일이 풀리는 일이란 걸 알기 때문이다. 배우지 않아도 아는 상식이다. 

  십수년 전이다. 인도에 출장 중이었다. 방문했던 도시는 한창 팽창 중이었고, 인구가 급증하고 있었다. 이곳저곳 인프라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었다. 교통문제, 주택문제, 제반 기반시설 문제 이루 다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난장이었던 거다. 교통질서야 말할 나위도 없다. 차를 타고 이동 중이었다. 찻길 한가운데로 편안히 걷는 노인을 발견했다. 운전하던 인도인이 불평했다. ‘이건 국민교육 문제.’ 그의 얼굴에 부끄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웃던 내 머리도 복잡해 졌다. 한국 오륙십년전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때도 아마 배웠다는 사람들은 말했을지도 모르겠다. ‘이건 교육의 문제. 그리고 부끄러운 일.’

  영화 동주의 한 장면이다. 윤동주와 시인 정지용芝溶의 대화 중이었다. 지용의 말이다. ‘윤시인, 부끄러움을 아는 건 부끄러운 게 아니야. 부끄러운 걸 모르는 놈들이 더 부끄러운 거지.’ 윤동주  서시序詩이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 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에 바람이 스치운다.
(윤동주, 서시序詩)

  지난 여름 중국 어느 신문 기사 내용이다. ‘한국 보수 세력은 김치만 먹다가 어리석어졌다.’  허접한 글투이고, 상식밖의 망발이다. 몰상식沒常識이라 하기에도 어이없다. 졸지에 돈푼 꽤나 만진다고 내뱉는 말투인데, 헛웃음도 안나온다. 아무데고 침을 뱉지 말라. 자국민 기본예의부터 가르쳐라. 부끄럽지 아니한가.

그를 믿는 자는 부끄러움을 당하지 아니하리라 (로마서 10:11)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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