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2)?'
양미아의 심리치료 현장에서
보스톤코리아  2017-10-09, 14:27:02 
불륜을 '두번째 사춘기의 풋풋하고 감성적인 사랑'이라고 주장을 해도 불륜의 끝에서 겪어야 하는 처절한 고통을 배제할 수 없다. 그 이유는 시작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사회적 계약이 엇갈린 관계인 불륜의 관계는 잘못 채워지는 단추와 같은 관계이다. 처음부터 잘못 채워진 단추를 바로 고치지 않고 계속 단추를 채우다보면 옷깃의 끝은 결국 어긋나고 만다. 아무리 불륜의 사랑이 진실하였다고 해도 그 관계가 표면에 드러나는 순간 많은 이들은 고통 속에 빠진다. 잘못 끼어진 단추를 제대로 맞추려면 다 풀어서 다시 시작을 해야하는데 그 일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보도록 한다. 유명한 영화배우 김민희와 영화감독 홍상수의 불륜 스캔달이 세상을 놀라게했다. 잘나가던 여배우 김민희는 여론의 질타로 은둔생활을 하며 자신이 이루워놓은 영화배우로서의 생애 위기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렇게 내 사랑만큼은 특별하다는 블랙 판타지 속 그녀의 나르시스틱한 사랑이 주는 댓가는 혹독하다 못해 처절하다. 그녀는 자신의 고독과 아픔을 홍상수 감독의 '밤의 해변에서 혼자'라는 영화를 통해서 독백한다. "괴물이 되어 가는 것 같아"라고. 또한 박종화시인의 '감나무' 시로 이 영화는 유부남 감독과의 불룬이 끝난 후 처절하게 겪어가는 아픔을 표현하려 한다. '벗어야 하리라. 벗어야 하리라. 벗어 던져야 하리라. 꽉 찬 그리움도 홀홀 씻어버려야 하리라. 만나지 못해 발동동, 만나서 더욱 애달픈 아픔도, 미련없이 잊어야 하리라. 툭!벗어 던져야 하리라.'

불륜의 끝자락에서 그들만큼, 혹은 더 많이 아픈 사람들이 있다. 한 드라마 대사는 배반을 당한 부인의 심정을 아주 잘 표현해준다(김수현의 '내남자의 여자', 2007). 자신의 절친과 남편의 불륜을 목격한 착한 부인 지수는 오열한다. "우리가 왜 이렇게 됐을까? 어디서부터 잘못됐을까? 너무너무 치사해. 아름답게 살고 싶었는데, 착하고 이쁘게 나이먹으면서... 곱게 늙어.. 순하게 죽고 싶었는데... 그 사람이 심장이 필요하다면 내꺼 떼어주고 간이 필요하다면 간 한쪽 떼어줄라 그랬는데.. 그 사람이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가 있어!! 나는 모두가 싫증나게 하는 사람인가봐." 결국 이 드라마의 부부는 이혼을 하며 관계를 종료했다. 하지만 많은 커플들은 이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전환시키기를 기원한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하냐고 물어 볼 수 있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혀 피 철철 흐르는 발등으로 어떻게 다시 걸을 수가 있냐고, 어떻게 새로운 관계로 거듭날 수 있느냐며 항의를 할 수 도 있다.

지난번 칼럼의 캐서린과 죠우부부의 이야기를 다시 시작하며 어떻게 그들의 상처를 극복하고 새로운 관계로 거듭날 수 있었는지 살펴보도록 한다. 죠우는 고등학교 졸업 30주년 기념일을 갔다가 고등학교 시절 썸을 탔던 첫 여친을 만났다. 자기 전문분야에서 어느정도 성공을 하고 당당한 그녀를 보면서 옛 시절의 호감이 다시 느껴졌다. 그러면서 왠지 살아있는 느낌이 들고 젊어지는 생의 에너지가 느껴졌다. 동창회를 끝으로 헤어지는 것이 아쉬워 옛 여친의 이 메일 주소를 물으며 자신의 명함을 건네주었다. 그렇게 옛 여친과의 대화는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시작했지만 그녀와의 대화는 매우 신선하고 흥미로왔다. 그러면서 그녀와의 대화시간에 대한 욕망(Desire)은 더욱 커져갔다. 결혼 생활 중 단 한번도 다른 여자에게 눈길을 주지 않을 만큼 죠우는 일부일처제를 몸소 실천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그의 옛 여친과의 대화는 그에게 주목받고 싶은 욕망, 특별하다고 느끼고 싶은 욕망, 중요한 사람으로 느끼고 싶은 욕망을 채워주었고 그녀를 절대 소유해서도 안되고, 할 수 없다는 사실이 그녀와의 대화를 더욱 갈망하게 했다. 자신의 바쁜 일정때문에 억지로 시간을 내야했고 철저히 비밀로 부쳐야 하는 죄의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와의 대화를 중단할 수가 없었다. 그녀와의 대화가 주는 짜릿한 매력 때문이었다. 단 한번도 성적인 대화를 나눈적이 없었고 자신들의 이야기, 일에 대한 이야기, 살아가는 생의 열정을 주고 받았지만 그녀를 생각하면 마치 성관계를 하는 것과 같은 강렬하고 황홀한 전율이 느껴졌다. 그렇게 몇 년간 죠우는 캐서린 몰래 자신의 은밀한 옛여친과의 대화를 탐닉했다. 

그러다가 결국 부인인 캐서린에게 발각이 되었고 그는 전혀 무방비의 상태에서 부인의 추궁을 받았다. 위기에 몰린 죠우는 자신의 은밀한 감정을 숨길 수 없었다. 그때 캐서린은 자신의 옛여친에게 관계를 끝내자는 문자를 보내지 않으면 아이들과 집을 떠나겠다고 위협했다.  결국 죠우는 케서린 앞에서 옛 여친에게 그녀의 집착에 자신의 가정에 위기가 왔다고, 다시는 자신에게 연락하지 말라고 문자를 보냈다. 자신의 옛여친을 자신의 '감정적인 불륜'의 원인이라고 매도하며 책임을 회피했던 것이다. 자신과 자신의 가정을 지켜야한다는 철칙이 우선이였기 때문이였다. 그후 캐서린과 죠우는 필자를 찾았고 테라피 중 죠우는 캐서린에게 상처를 주었다는 죄책감이 있었지만  자신이 나누었던 은밀한 감정적 불륜에 대해서는 죄책감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몇 년 전의 상황으로 다시 돌아간다 하더라도 자신은 옛 여친과의 은밀한 대화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죠우의 솔직한 감정을 캐서린이 커플 테라피세션에 불참했을 때 필자에게 털어놓았다. 

죠우의 이말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죠우는 자신의 몇 년간의 감정적 불륜이 발각되자 자신의 감정의 불륜을 끝내고 자신의 부인 캐서린을 안심시켜 자신의 가족을 보호하는 것이 우선이였다. 그런데 캐서린과의 관계가 회복되면서 자신이 아직도 옛 여친과의 짜릿했던 시간들을 그리워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의 옛 여친은 자신이 마지막으로 비겁한 문자를 보낸 이후로 침묵했다. 자신이 너무 힘들어 때때로 옛 여친이 몰래 자신에게 소식을 전해주기를 기원하기도 했다. 부인과 아이들에 대한 죄의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옛 여친과 다시하고픈 욕구를 억제해야하는 고통이 죠우는 너무나 힘이 들었다. 그의 옛 여친과 나누었던 비밀스런 관계의 마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마치 마약중독자가 약물치료 과정에서 금단현상이 주는 고통을 지나가야하는 것처럼 죠우는 마법같았던 그 황홀했던 전율을 벗어나는 것이 너무나 힘이 들었다. 죠우의 갈등을 치료하면서 그는 캐서린에게 진정으로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후회를 표현할 수 있었다. 그러자 캐서린은 죠우와의 첫번째 관계의 유리병이 산산조각이 났음을 받아드렸다. 깨어진 유리병을 본드로 붙여 다시 시작하는 것보다 이미 깨어진 유리병을 버리고 새로운 유리병의 두번째 관계를 향해 노력했다. 그러면서 캐서린과 죠우는 새로운 열린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캐서린은 옛 여친과의 관계와 자신을 비교하는 질문을 자제하면서 불륜의 피해자가 아닌 불륜의 생존자로 거듭났다. 죠우의 욕망이 준 마력을 벗어나며 죠우가 준 배신의 상처를 극복하며 캐서린과 죠우는 자아를 발견하고 성장하었다. 

테드 톡의 Esther Perel의 'Rethinking Infidelity'의 마지막 톡으로 필자의 글을 마무리 짓도록 한다. 
'오늘날  서양의 많은 사람들이 두세번의 연애나 결혼을 하게될 것이고 우리 중 일부는 그것을 동일한 사람과 하게 될 것입니다. 당신의 첫번째 결혼은 끝이 났습니다. 당신의 두번째를 함께 만들어가는 것은 어떨까요? (Today in the West, most of us are going to have two or three relationships  or marriages, and some of us are going to do it with the same person. Your first marriage is over. Would you like to create a second one together?)'


양 미아  Licensed Psychotherapist

Private Practice: 1330 Beacon St. Brookline, MA 02446
37 Fruit St. Worcester, MA 0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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