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의 세상 스케치 584회
보스톤코리아  2017-02-17, 14:12:41 
요즘 아이들에게서는 어떤 냄새가 날까? 가끔은 궁금한 마음으로 혼자 말을 흘리기도 한다. 그 시대와 문화에 따라 변하는 모습이기는 하지만 요즘 아이들이 늘 가까이 접하는 '기계'들에게서 많은 시간을 쓰기에 가끔은 엄마로서 걱정이 일기도 한다. 컴퓨터 책상 앞에 앉아 귀에는 이어폰을 꽂고 눈은 컴퓨터에 고정하고 몸은 제멋에 겨워 흔들어댄다. 때로는 신기하기도 하다. 어찌 저 세 가지를 한꺼번에 다 할 수 있는 저 아이들이 내심 궁금하면서 부럽기도 하다. 그런데 제대로 공부는 하는 것일까. 아니, 제대로 머릿속에 공부가 될까 싶다.

오래전에는 모든 것이 느리긴 했지만 그래서 누리는 것들도 많았다는 생각이다. 물론 요즘 아이들이 초고속의 생명공학이나 생명과학 그리고 영상과학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빠른 지식을 습득하고 있는지 모른다. 이 빠름 속에서 아이들이 잃는 것들은 또한 얼마나 많은가. 자신에게 있는 느낄 수 있는 감각들마저도 기계들의 흐름에 무뎌지는 것은 아닐까 하고 내심 걱정이 일기도 한다. 현대인들의 안타까움이라면 서로의 마음 밖 기계와 마주한 건조한 삶의 순환 속에서 소통이 그립다. 서로의 마음을 열어 나눌 진정한 소통이 필요한 요즘이다.

우리 모두에게는 몸과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오감(五感) ㅡ시각·청각·후각·미각·촉각의 다섯 감각이 있다. 이 감각들로 서로가 서로의 감정을 느끼며 삶의 여정 속에서 희, 노, 애, 락의 참 의미를 느끼고 나누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슬픔을 함께 나눌 수 있고 기쁨을 함께 나누고 누릴 수 있는 사람의 가장 기본적인 존재감을 서로에게 줄 수 있는 것이리라. 바로 그 나눔이 행복이 되어 더 높은 꿈과 이상을 갖고 내일을 꿈꿀 수 있는 희망이 되는 것이리라. 나와 다른 너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삶은 참으로 아름다운 인생 여정의 축복이다.

아이들 셋을 키우면서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매일 일기'를 쓰길 바랐었다. 날마다 일기를 쓰도록 애를 써 봤으나 아이들이 그 일만큼은 엄마의 말을 잘 들어주질 않았었다. 일기를 쓰는 습관이 좋은 이유는 꼭 매일 일기가 아니더라도 생각이 날 때면 메모하는 습관이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이 습관이 꼭 아이들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며, 주부들이나 연세가 지극하신 어른들도 연습 훈련할 수 있다면 글쓰기에 많은 도움이 되리란 생각이다. 내 생각을 꺼내어 메모하는 훈련은 곧 세상을 넉넉하게 바라볼 수 있는 객관적인 마음의 눈을 키우는 까닭이다.

늘 가까이에서 접하는 자연들을 보며 메모 하나씩 적어본다면 며칠이 지나서 바라보는 자연들이 그렇게 새롭고 신비하고 경이로울 수가 없는 것이다. 마음에 담아둔 그 말을 꺼내보자는 것이다. 하루는 파란 하늘을 올려다보자. 하늘이 어찌 매일 푸르기만 할까. 그때, 그때 만난 하늘을 메모해 보는 것이다. 또한, 올려다보는 하늘에서 어릴 적 기억들도 떠올려질 것이고, 그 기억들 속에는 기쁨이나 슬픔 때로는 행복에 겨울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가슴에 아픈 상처도 있을지 모른다. 그렇게 가슴의 겨운 것들로 시원해지는 또 다른 느낌을 얻을 것이다.

이렇게 하루가 이틀이 되고 이틀이 지나 한 달이 되어 가면 어느샌가 나의 일상이 되어있음에 나 자신이 놀라기도 하는 것이다. 누구에게 보이기 위한 글이 아니기에 더욱 진솔해질 수 있는 것이다. 그동안 나누지 못했던 '나 자신과의 진솔한 대화의 시간'을 마련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계속 연습이 이어지면 바라볼 수 있는 눈이 띄어지는 것이다. 바라볼 수 있으면 이제는 느낄 수 있는 감각이 열리기 시작한다. 너무도 신비스러운 또 하나의 세상이 열린다. 내 안에서 이렇듯 많은 것을 주신 창조주를 가슴 깊이 느끼며 피조물임을 스스로가 고백하게 되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오감(五感) ㅡ시각·청각·후각·미각·촉각의 다섯 감각의 특별함을 주신 것이다. 다만 이 감각을 열심히 사용할 수 있는 사람에게는 더 많은 감각의 활동이 활발해지기에 누릴 수 있는 특별한 축복이 되는 것이다. 볼 수 있어야 표현할 수 있듯이 느낄 수 있어야 표현할 수 있는 것이다. 그 어떤 일일지라도 나를 표현하지 않는다면 그 속마음을 어찌 다 헤아릴 수 있을까. 그러니 각자의 느낌들을 글로 표현하거나 그림으로, 노래로, 춤으로 표현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행복한 일이 또 어디 있겠는가. 누린 것만큼이 내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skybost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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