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대륙 인디언의 역사 : 21. 신앙과 축제 (3)
보스톤코리아  2016-12-19, 14:27:49 
피요테 의식(Peyote Ceremony) 계속
담뱃불이 꺼지지 않도록 가끔씩 빨아 줘야 한다. 다음으로 피요테가 든 통을 돌려 가면서 모든 참석자들이 피요테를 조금씩 씹어 먹는다. 이 피요테의식의 주관자를 로드맨(Roadman)이라고 부른다. 담배를 피우고 피요테를 씹어 먹는 동안에 로드맨으로부터 시작하여 두 사람씩 짝이 되어 한 사람은 워터 드럼(안에 물이 들어 있어서 보통의 북보다 더 깊은 울림이 발생하도록 만들어진 북)을 두드리고 또 한 사람은 래틀(Rattle)이라고 불리는 방울을 흔들면서 기도문을 독특한 음률에 맞추어 읊조린다. 그러한 기도의 순서가 시계방향으로 계속 돌아가고 피요테 씹기도 계속된다. 기도문의 내용을 다 알아 들을 수는 없어도 대체로 결혼기념일을 축하하고 본인과 가족과 친지들의 안녕과 행복을 기원하는 내용 같았다. 나머지 참석자는 밤새 의식을 계속하였지만 나는 자정이 가까워질 무렵에 티피를 빠져 나와 남지댁의 집으로 와서 잠자리에 들었다. 

이튿날 아침 일찍 행사장을 다시 찾았다. 그 때까지도 의식이 계속되고 있었다. 그런데 참석자 모두가 너무 멀쩡해 보인다. 피요테 효과 때문일까? 피요테는 멕시코 북부와 텍사스 서부 사막지역에 자생하는 피요테 선인장의 특정부분을 채취하여 말려서 만든 것으로서 환각성분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마약의 일종으로 분류되어 복용이 법으로 금지되고 있다. 다만 인디언의 전통 종교의식 중에 복용하는 경우에는 허용된다고 한다. 나도 조금은 먹어 봤지만 너무 적게 먹은 탓인지 아무런 변화를 느끼지 못하였다.

이러한 피요테의식은 코만치족(Komanche) 추장 콰나 파커(Quanna Parker)에 의하여 1880년대에 창시되었는데, 미국정부가 인디언을 백인사회에 동화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선 댄스(Sun Dance)와 같은 전통적인 종교행사를 금지시킴에 따라 기독교 예배와 유사한 새로운 형식의 인디언식 종교의식이 널리 퍼지게 된 것으로 생각된다. 내가 체험했던 종교의식은 half moon방식의 피요테의식으로 불리는데 성경은 이용하지 않고 담배를 사용하는 종파인 데 반하여 크로스 파이어(Cross Fire) 또는 빅 문(Big Moon)으로 불리는 약간 변형된 종파에서는 성경을 활용하고 담배는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망령 춤(Ghost Dance)
망령춤은 1889년 무렵 네바다 사막지역에 거주하던 파이우트(Paiute) 인디언 워보카(Wovoka, 뒤에 Jack Wilson으로 개명)에 의해 창시된 인디언의 신흥종교운동을 뜻한다. 원래 원형춤(Dance in a Circle)이라고 불리었는데 라코타족을 통해서 이 춤을 처음 알게 된 백인들이 애초에는 영혼춤(Spirit Dance)이라고 부르다가 나중에는 망령춤으로 이름을 붙였다. 파이우트 인디언들은 워보카의 설교를 가뭄 끝의 단비와 같은 진리의 말씀으로 받아들였고 다른 인디언 부족들은 위보카의 가르침을 듣고 배우기 위하여 원근 각처에서 구름처럼 네바다로 모여들었다. 

망령춤의 교리는 기독교의 그것에 많이 닮아 있다. 망령춤을 계속 추며 찬송하고 기도를 하게 되면 죽은 자들도 새 생명을 얻어 영원한 복락을 누릴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창시자 워보카는 1889년 일식 때에 환영(Vision)을 보았다고 한다. 그는 하늘로 올라가 신을 만났는데 거기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선조들도 보았다고 한다. 신은 그에게 들짐승이 가득한 푸른 초원을 보여주고 싸우지 말고 서로 사랑하며 백인과도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는 사실을 인디언들에게 가르칠 것을 명령하였다고 한다. 신은 또한 거짓말하거나 훔치지 말고 열심히 일하여 의롭게 이 세상을 살게 되면 저 세상에서 가족과 친구들이 다함께 모여 복을 누리게 된다고 알려주었다고 한다. 워보카는 자신이 신으로부터 절대적인 권능을 부여받은 구세주임을 자처하고 동부의 최고지도자는 해리슨 대통령이나 서부는 워보카가 다스린다고 설파하였다.

라코타 부족의 경우에는 차는 곰(Kicking Bear) 일행이 네바다로 가서 워보카의 설교를 듣고 배워 와서 부족에게 전파하였다. 그 무렵 라코타족은 엄청 힘든 시련을 겪고 있었다. 부족이 소유하던 땅의 대부분을 백인들에게 뺏기고 남아 있는 땅은 도저히 농사를 지을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한 형편이었으며 들소는 거의 다 사라져 버렸고 미국정부로부터의 배급은 줄어들고 있었다. 종교는 원래 상처받고 외롭고 메마른 영혼에게 새로운 소망과 위안을 주는 것일 진대 라코타의 경우 망령춤이 강력한 구원의 메시지로 받아들여져 들불처럼 급속도로 퍼져 나갔다. 

라코타에서는 본래의 교리에 약간의 변형이 가해졌다. 워보카는 백인과의 평화로운 공존을 강조하였으나 라코타 버전은 앵글로 아메리칸(Anglo-Americans)들이 라코타의 땅으로부터 모두 물러난다는 내용이 포함되었다. 망령춤 운동은 백인들이 추구하고 있는 인디언 동화정책(Assimilation Policy)에 대한 저항운동의 성격을 띠면서 라코타의 일상생활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어른들은 생업을 멀리하고 어린이들은 학교에도 가지 않고 오로지 망령춤만 추는 지경에 이르자 백인들은 불안을 느끼기 시작하여 법으로 금지시켰다.
(다음 호에 계속)


김철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의견목록    [의견수 : 0]
등록된 의견이 없습니다.
이메일
비밀번호
현빈♥강소라, 열애 인정 조심스러운 이유 2016.12.19
(서울=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배우 현빈과 강소라가 열애 사실을 인정했다. 그간 연예계 활동에서 좀처럼 접점이 없다 느껴졌던 선후배 커플인 만큼, 이들의 교제..
신영의 세상 스케치 575회 2016.12.19
길이 되어 그대의 길에서...
한담객설閑談客說: 집회는 축제다 2016.12.19
  과학에서다. 예측한게 빗나간다면 설명해야 하고, 설명할 수 있다. 정치에서도 예상이란 말은 무성하다. 그런데  빗나간 예상과 그에 따른 결과..
북미대륙 인디언의 역사 : 21. 신앙과 축제 (3) 2016.12.19
피요테 의식(Peyote Ceremony) 계속담뱃불이 꺼지지 않도록 가끔씩 빨아 줘야 한다. 다음으로 피요테가 든 통을 돌려 가면서 모든 참석자들이 피요테를 조..
화랑도(花郞徒)와 성(性) 그리고 태권도(跆拳道) 158 2016.12.19
화랑세기花郞世紀, 5세 풍월주風月主 사다함斯多含(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