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의 세상 스케치 548회
보스톤코리아  2016-06-06, 12:20:19 
고맙다, 아들! 공부하느라 수고가 많았구나!! 하고 녀석을 안아주었다. 엄마에게는 더욱이 진심으로 고마운 녀석이다. 동네의 병원에서 태어난 지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선천적 심장병으로 엄마 곁을 떠나 시내 병원으로 실려 갔던 녀석이다. 눈을 감고 생각만 해도 너무도 가슴 아팠던 기억이다. 그래서 더욱 큰 녀석에 대한 엄마의 남다른 사랑과 애틋함이 딸아이와 막내 녀석에게는 내색은 안 했지만 더했는지 모른다. 세 아이를 키우며 아픈 아이에 대한 내색을 감추며 모두에게 똑같이 대하려고 많은 애를 쓰며 키웠다. 깨물어 더 아픈 손가락이 어찌 없을까.

이 녀석이 지난 5월 27일 보스턴 칼리지 법대(Boston College Law School) 졸업식이 있었다. 대학 4년을 마치고 곧바로 법대에 입학해서 또 3년을 마쳤으니 바쁘게 공부를 했다. 녀석은 언제나 든든한 장남이라 엄마 아빠에게 걱정 끼치는 일이 별로 없는 녀석이다. 마음 씀씀이도 누나와 동생에게 넉넉한 편이고 경제관념도 철저한 편이라 뭐든 절약하는 성격이다. 세 아이 모두에게 대학원 학비는 모두 각자 알아서 책임지라고 했기에 학비융자(Tuiton Loans)를 받아 졸업을 하게 되었다. 세 아이에게 고맙기도 하면서 미안한 마음도 든다. 

연년생인 세 아이 대학졸업까지의 4년 동안 부모의 역할은 다했다고 생각을 한다. 그것은 우리 부부도 오십 중반에 올랐으니 이제는 노후를 준비하고 걱정해야 할 나이가 되었기 때문이다. 요즘 세상에 나이 들어 자식에게 기댈 수 있는 세상이 아니던가. 자기네들도 바쁘게 움직이고 빠른 걸음으로 걷고 뛰어야 남들과 비슷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니 말이다. 여하튼 부모의 역할은 끝이 없지만, 이제는 각자 자신이 좋아하는 직업을 선택하고 열심히 열정을 다해 일할 수 있는 직장을 얻을 수 있다면 최고의 선택이고 최선의 길이 아닐까 싶다.

큰 녀석은 변호사 자격증 시험(Bar Exam)이 7월에 있다고 한다. 좋은 결과를 얻기를 엄마는 간절히 바라며 기도한다. 그리고 이 녀석은 9월이면 NYU(뉴욕 주립대)에 가서 '법 공부'를 더한다고 한다. 아직 젊었으니 하고 싶은 공부가 있다면 더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부모의 생각이다. 자신의 공부나 일에 게으르지 않고 열심히 노력하고 부지런한 녀석이라 무엇을 선택하고 결정하든 우리 부부는 큰 녀석을 믿어주고 곁에서 응원해주는 편이다. 때로는 남편보다도 더 어려울 때가 있을 만큼 큰 녀석은 자신의 생활 계획이 확실하고 철저하다.

녀석은 누나에게는 오빠 같은 든든한 동생이고 동생에게는 때로는 아빠 같은 엄한 형이기도 하다. 어려서도 연년생이라 티격태격 싸움도 잘했지만, 동생인 막내 녀석이 늘 하는 말이 있었다. 나중에 생각하면 형 말이 늘 옳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이다. 그래서일까. 지금도 셋이 만나면 서로 이야기들을 많이 주고받으며 이런저런 의논 거리도 내어놓고 걱정거리가 있으면 서로 챙겨주며 친구처럼 지낸다. 세 아이를 키울 때는 혼자 이리저리 뛰면서 버거울 때가 참 많았는데 지금 생각하니 참으로 세 아이에게 고마운 마음 가득하다. 

무엇보다도 남편에게 고마운 마음이다. 지난 10년을 돌아보면 우리 부부에게 참으로 힘들고 버거운 시간이었다. 남편의 건강이 악화되어 삶의 중간마다에서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아슬아슬할 때도 있었다. 그래도 그 어려운 시간 꿋꿋한 마음가짐과 강직한 정신력으로 잘 견뎌주고 세 아이 대학원 마칠 때까지 경제적인 부분 잘 감당해줘서 얼마나 고맙던지 가슴에서 차오르는 뜨거운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더욱 우리 가족에게 고맙고 아내인 내게는 귀한 남편이고 세 아이에게는 자랑스러운 아빠인 것을 새삼 또 확인하게 되는 것이다. 

큰 녀석 '법대 졸업식'에 다녀오면서 가슴에서 차오르는 눈물을 남편 몰래 훔치고 말았다. 그것은 쉽지 않은 법 공부를 열심히 노력하며 Law School을 졸업한 큰 녀석이 대견해서이기도 했지만, 선천적인 심장병을 평생 지병으로 안고 사는 녀석이 엄마에게는 더욱 안쓰럽고 애틋한 녀석이라 그렇다. 그리고 졸업식을 마치고 남편이 덩치 큰 두 녀석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딸아이를 곁에 두고 졸업 사진을 담으며 내 마음이 더욱 감사해서 눈물이 났다.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이렇게 든든하고 귀한 것임을 이번 큰 녀석 '법대 졸업식'에 다녀오면서 또 깨닫게 되었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skybost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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