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의 세상 스케치 492회
보스톤코리아  2015-04-06, 13:52:15 
엊그제는 오랜만에 친구의 비지니스 공간을 둘러보며 담소를 나누고 돌아왔다. 언제 만나도 반가운 얼굴로 맞아주는 편안하고 마음 넉넉한 친구다. 세월이 흐를수록 오래 끓인 사골국물 같은 그런 구수한 맛을 낼 줄 아는 속 깊은 여자다. 이 친구를 말할 때는 여인이라는 호칭보다는 여자라는 호칭이 더욱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종종 했었다. 그것은 지극히 내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느낌일 테지만 말이다. 여하튼 열정적이고 멋진 삶의 모습이 그런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게 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 친구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은 언제나 행복이 가득 차오른다.

그날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에 비가 부슬부슬 내리니 마음은 더욱 비와 함께 젖어들고 있었다. 마침 한국에서 친구로부터 전해 받은 '그 중에 그대를 만나'라는 이선희의 노래를 듣고 가는 중이었으니 더욱 감성이 살아 꿈틀대는 것이 아닌가. 그것은 어쩌면 친구가 그림을 하는 아트쟁이라 만나러 가는 발걸음이 가벼워 더욱 그랬을 것이다. 지금은 다 컸지만, 아이 셋을 키우며 커리우먼으로 계속 자신의 비지니스를 해왔던 멋진 여자이다. 그렇게 자신의 일을 하면서도 그림 그리는 일을 소홀히 하지 않고 꾸준히 해오고 있으니 여자의 눈으로 봐도 어찌 멋지고 아름답지 않을까 말이다.  

지난해에 자신의 건물을 마련하고 그 자리에 비지니스를 하나 더 하게 되었다. 바로 그 공간에 달린 작은 룸 하나를 예쁘게 꾸며 '작은 갤러리'를 만들어보겠다며 공사를 시작했었다. 그렇게 한 1년이 지나서야 그녀와 너무도 닮은 '그 공간(작은 갤러리)'을 다시 찾게 된 것이다. 친구를 찾아가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부터 환한 미소와 넉넉하게 반겨주는 웃음이 나를 더욱 행복하게 한다. 우선 비 오는 날의 커피를 마다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 진한 블랙커피 한 잔 마주하며 둘의 이야기는 시작되었다. 무엇보다도 아트쟁이들의 얘기는 언제나 色스러워 심심치 않다.

둘이서 이런저런 사는 얘기를 도란도란 두런두런 나누다 보니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두세 시간을 앉아 있었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눈 후 친구의 '작은 갤러리'를 만나보게 되었다. 우선 자신의 작품들을 걸어 놓았는데 어찌 그리도 예쁘던지. 구석구석 그 어디 하나 주인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으며 아트쟁이의 눈길이 서리지 않은 곳이 없었다. 전체적인 틀은 전문가가 자리를 잡아 주었지만,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을 자리까지 작은 몰딩 하나까지도 손수 사다가 자신이 직접 붙이고 만들고 박고 했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들으니 더욱 그 공간이 귀히 여겨졌다. 

친구의 비지니스 공간을 찾는 손님들뿐만 아니라, 동네의 주민들도 오가는 길에 '작은 갤러리'를 들여다보며 즐거운 웃음으로 인사를 나눈다는 것이다. 그 길목이 환해진 것이다. 친구의 넉넉한 성품은 예나 지금이나 그 어디서나 함께 나누려는 사람이다. 그래서 언제 만나도 편안하고 넉넉해서 그녀의 곁에는 그녀와 닮은 넉넉한 사람들이 많다. 따뜻한 봄이 오는 5월에는 이 친구를 위해 '작은 갤러리'를 빌려준다는 것이다. 사진 작품을 걸어 그 동네의 분들과 나누고 싶다는 친구의 그 얘기에 어찌나 고맙던지 미안한 마음보다는 고마움이 앞서 넙죽 그러겠다고 답을 했다.

그녀의 꿈이 이제 막 열리기 시작한 시점이다. 이 친구를 처음 만났을 때가 거의 20년이 다 되어간다. 그때부터 그녀의 꿈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 갤러리를 하나 마련하고 싶다던 그녀의 꿈이 현실이 되어가는 것이다. 아니 이미 된 것이다. 지금은 '작은 갤러리'로 시작하지만, 그 자리를 시작으로 조금씩 늘려가고 싶은 마음을 들려준다. 괜스레 옆에서 듣는 나도 덩달아 심장이 펄떡거리기 시작한다. 서로 듣고 들어주니 얘기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서로 행복해서 얼굴의 홍조가 서로를 더욱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는 것이다. 그것은 그녀의 꿈이 현실이 되었기에 더욱이 그랬다.

그녀의 열정적인 삶이 내게도 에너지를 나눠주기에 만나면 더욱 즐겁고 행복한 것이다. 삶에서 언제나 움켜쥐지 않고 늘 열린 마음으로 대하고 누구에게나 넉넉하게 베푸는 삶이 그녀를 더욱 풍성한 삶으로 안내하는 것일 게다. 언제나 급하지 않은 마음으로 보채지 않는 마음으로 있는 여유로운 마음의 친구가 곁에 있어 감사하다. 그것이 내게도 큰 복이 된다는 생각을 한다. 인생에서 자신의 곁에 어떤 친구를 두는가에 따라 삶의 방향과 태도와 삶이 많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가끔, 아주 가끔은 色깔스런 여자의 色다르게 사는 인생이 때론 내게도 부러움일 때가 있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skybost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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