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의 세상 스케치 483회
보스톤코리아  2015-02-03, 15:48:35 
어찌 자식이 부모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을까. 부모가 자식에게 무엇을 바라고 당신의 인생을 저당 잡힌 이가 이 세상에 어느 하나 있겠는가. 그저 당신의 바람은 일찍이 접어두고 자식이 원한다면 무조건적으로 희생했던 우리 세대를 키우신 부모님들이 계셨다. 당신은 넉넉하지 못하더라도 자식에게는 정성을 다해 당신이 가지신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채워 주시려 애쓰셨던 우리 부모님들. 이렇듯 우리가 자랄 때와 지금은 참으로 많이 달라졌다는 생각을 한다. 그것은 자식들뿐만이 아닌 부모 역시도 많이 달라진 것이다. 그것은 세상이 그만큼 달라진 것임을 반영해주는 것이리라.

지금은 부모가 부모 노릇하기도 어려운 세상이려니와 자식이 자식 노릇하기도 어려운 세상이 되었다. 그저 부모로서 자식에 대한 책임이라면 책임이랄까 대학 공부까지만 제대로 뒷받침을 해주고 노후를 생각하기조차도 버거운 세상이 되었다. 어찌 부모만 그럴까. 자식들은 더욱이 부모에게 효도는커녕 자식 노릇하기도 버거운 날을 맞고 있는 것이다. 경쟁의 시대에서 작은 구멍 하나 뚫리지 않은 빡빡한 공간을 뚫고 나가려면 얼마나 많은 정신적 육체적 노력과 견딤과 기다림으로 있어야 하는지 지금 세대 아이들은 부모들이 겪지 못한 또 하나의 난관에서 혼란을 겪고 있다.

그나마 우리들 세대에서는 경쟁 사회라고 했지만, 그야말로 내놓아라 하는 대학을 졸업하면 어느 정도 자신의 길을 선택할 수 있었으며 그렇게 자신이 원하는 길에서 입지를 세울 수 있었다. 이제는 그때와는 판이하게 달라졌다. 물론, 어느 때나 자신이 갖춘 실력이 최우선이긴 할 테지만, 그 실력만으로는 10년 20년 후의 자신을 보장받을 수 없기에 더욱 조바심이 이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조금 더 노력하고 그것도 모자라 공부를 더 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듯 세 아이를 키우며 많은 생각과 마주한다. 부모라고 해서 자식에게 그들의 진로에 대해 말해주기 어려운 시기임을 알기에 말이다.

요즘은 시부모님의 노후 생활을 보면서 참으로 많이 배운다. 올해로 팔순을 맞이하신 그분들 역시 세 자녀를 그야말로 내놓아라 하는 대학을 졸업시키고 자신들의 길에서 훌륭하게 자리매김하며 삼 남매 모두 오십 줄에 올랐다. 여느 어른들 같으시면 자식에게 바라는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그런데 이 어른들은 자식에게 단 한 번도 손을 내미신 일이 없으시다. 그저 당신이 절약하시며 생활에 맞게 살고 계신 것이다. 때로는 자식으로서 부끄럽고 송구스럽기 그지없다. 하지만 자식인 우리도 세 자녀를 대학 졸업시키느라 여유 없이 바쁘게 살아왔으니 그저 송구한 마음뿐이다.

시부모님을 뵈면서 마음에 명심하게 된 것이 하나 있다. 우리도 나이가 들어서 자식들에게 무엇인가 바라지 말고 현명하고 지혜로운 부모가 되기를 소망하는 것이다. 그것은 지금 아이들의 세대는 백세 세대의 부모들을 부양할 수 있는 능력도 되지 않거니와 책임질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다. 자신들의 노후마저도 걱정해야 할 시대가 된 것이다. 오래 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요즘은 그런저런 앞으로 다가올 노후의 문제들이 남의 일이 아님을 알기에 조금씩 차근차근 대책을 생각해 보곤 한다. 자식에게 짐까지는 아니더라도 부담스런 존재는 되지 않아야겠다는 마음이 든다.

삶이란 것이 어떻게 보면 참으로 크고 거창해 보이기도 하다가 때로는 너무도 작고 보잘 것 없는 가엾은 존재라는 생각도 든다. 삶이든 인생이든 무엇인가 너무 바라는 것이 많고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고 섭섭함도 큰 것이리라. 부모든 자식이든 서로 해줄 수 있는 만큼에서 최선을 다하면 그것으로 족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서로 할 수 없는 처치와 형편에서 버겁게 무엇인가 해주고 나면 마음이 넉넉해지는 것이 아니라 허해질 수 있는 까닭이다. 삶에서 너무 무리하지 말고 자신에게 처한 현실을 직시하고 그 자리에서 최선의 방법이 무엇인지 인지하며 사는 것이 지혜가 아닐까 싶다.

부모의 마음과 자식의 마음이 어찌 같을 수 있을까. 부모는 살아온 세월 속에 당신들이 경험하고 겪은 수많은 일들을 통해 지혜를 얻어 자식들에게 나침판의 역할과 요즘은 네비게이션 역할을 해주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요즘처럼 빨리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그것이 얼마만큼 큰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세 아이들과 떨어져 지내다 만나면 이런저런 얘기들이 오간다. 때로 아이들은 그 얘기를 잔소리쯤으로 받아들일 때가 있다. 이럴 때 속이 많이 상하지만 이제는 내색하지 않는 지헤도 배워간다. 그것은 어쩌면 세 아이와 함께 마주하는 시간이 줄어들까 싶은 엄마의 마음일지도 모를 일이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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