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명품 가을, 명품 보스톤
보스톤코리아  2014-11-05, 15:45:55 
2014-10-10

명품 가을, 명품 보스톤 

어제 내린 보스톤 가을비(雨)는 조용했다. 가는비細雨 였는데, 차가웠다. 나무는 소리내서 낙엽을 떨구지 않았다. 가을비를 빌려 이파리를 뭉턱 떨궜다. 오메, 단풍지겠네. 지난달 광화문 글판이 바뀌었다.

어느날 나무는 말이 없고
생각에 잠기기 시작한다.
하나, 둘
이파리를 떨군다. 
(황인숙, 광화문 글판, 2014년 가을)

  소설 첫머리는 늘 그랬다. 그게 통속적이라면 더 하다. 어딘가 서글프고 우울한 가을날이어야 한다. 을씨년스런 오후즈음 일게고, 도로변에 맞닿은 작은 찻집이 적당하다. 비라도 얼핏 흩뿌리는 날이라면 더욱 그럴싸하다. 작은 문을 열면, 찬 바람이 은행나무 낙엽 몇 조각과 빗물기를 데리고 들어 온다. 바바리 코트에 얹힌 물방울을 털고, 안개낀 안경을 벗으며 자리에 앉는다. 난로 위 물주전자에선 김이 힘있게 솟아난다. 지난 며칠간 보스톤 날씨가 마냥 그랬다. 더운 커피를 잡아 당기는 계절이다. 

  내 입맛과 주관에 따른 상대성이론이다. 보스톤 사과(apple)는 어느 지역 사과보다 달다. 몇 년 전 우리 교회 집사님을 따라 애플픽킹에 갔던 적이 있다. 알이 너무 굵어 베어 물 수 없었다. 사각거림이 지나쳐, 빙수 얼음을 씹는 듯했다. 당도糖度는 또한 말해 무엇하랴. 하긴 사과는 아삭아삭 씹는 맛이다. 작년 이맘때 돌아간 최인호 작가의 표현이다. 나이 든 여인의 피부를 말했다. ‘깎아 낸지 몇시간 지난 사과같다.’ 누렇게 변해 버린 과육이고, 시들해져 풀죽어 쭈글해졌다는 말일게다. 보스톤 사과는 깎아냈다고 해도, 몇시간이나 신선도를 쉽게 유지할 지도 모른다. 보스톤 명품사과는 보스톤을 닮았다. 

  어디 사과뿐이랴. 지난주 실린 보스톤 아트 뮤지움과 유길준 선생의 피바디 박물관, 게다가 월든폰드, 그리고 미니트맨 트레일. 찰스강 건너편 엠아이티쪽에서 바라본 다운타운 모습도 빠질수 없다. 뉴잉글랜드 사과마냥 늙어 보이지 않는다. 유명 대학교에 다니는 이들이 모두 젊은 청년들이기에 그런가. 보스톤은 명품도시이고, 젊은 도시임에 틀림없다. 지난주 졸문과 같이 실린 보스톤 도심지 스카이라인 사진 또한 명품 아니겠나.

  보스톤은 가을도 명품이다. 단풍과 어우러지면 절경이다. 비가 오면 오는 대로, 가을 햇빛이 내리 쬐면 내리 쬐는대로 눈부시게 아름답다. 가을이 너무 짧은게 흠이라면 흠이다. 젊은 시절은 짧다.

‘농부는 땅이 귀중한 소출을 낼 때까지 끈기 있게 가을비와 봄비를 기다립니다.’ (야고보 5:7, 공동번역)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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