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의 세상 스케치 394회
보스톤코리아  2013-04-22, 12:42:41 
"얘, 너 괜찮지???"
"하늘님, 괜찮아요?"
여기저기서 오늘 '보스톤마라톤'에 응원도 하고 사진도 담는다는 얘기를 들은 친구와 한국의 가족 그리고 한국의 친구 가까운 곳에 사는 지인들이 걱정되어 사고 후 계속 안부를 묻는다. 엄마에게서 다급한 전화를 받고 별일 아니다 싶다가 CNN 뉴스를 통해 큰일임을 알고 놀라 했던 딸아이가 엄마에게 연신 미안하다고 한다. 엄마를 기다리던 딸아이의 차를 타고 집으로 오는 길에 옆자리에 있는 엄마를 계속 힐끗거리며 눈물을 글썽인다. 정말 믿기지 않지만 꿈이 아닌 현실이었고 실황이었던 몇 시간 전의 일이었다.

경기장을 일찍 떠났던 이유가 있었다. 지난해 '보스톤마라톤' 경기를 보러 갔을 때보다 경기장을 조금 일찍 떠난 것은 다름이 아닌 카메라의 '메모리 칩(Memory chip)'을 새것으로 하나 사려다가 남편이 떠날 준비를 마쳤기에 그만 쓰던 것을 하나 넣고 쓰던 다른 메모리 칩 하나를 더 넣고 차를 올랐다. 그리고 남아 있는 사진들을 들여다보며 차 안에서 대충 지울 것은 지우며 그렇게 경기장으로 갔던 것이다. 선수들은 모두 들어왔지만, 일반 마라토너들이 계속 들어오고 있었던 시간이었다. 그 바로 전 딸아이와 통화를 했으니 아마도 2시 10분 정도라는 생각이다.

경기장에서 피니쉬 라인으로 들어오는 일반선수들의 모습을 담는데 카메라의 메모리 칩의 full sign이 계속 나오는 것이다. 그렇게 몇 지우다 찍다를 반복하면서 다른 칩을 카메라에 옮겨 넣고 다시 찍다가 나중에는 그것마저도 풀 사인이 나오기에 Cell phone을 가지고 몇 더 담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칩을 꺼냈다 뺏다 지웠다 찍었다의 반복이 귀찮기도 하고 사진은 꽤 많이 찍었다 싶었기에 그만 움직이려고 마음을 먹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지난해 경기에서는 한국 선수들의 사진을 많이 담았는데 올 경기에서는 지난해만큼 담지 못해 서운한 마음이 들었지만 떠나기로 했다.

Boston Marathon finish line의 경기장을 떠난 시간이 2시 20분쯤일거란 생각이다. 그렇게 천천히 다음 블럭인 Newbury Street으로 걸어나오며 거리에서 구경도 하면서 경기장에서처럼 급하게 메모리 칩에 신경쓸 것도 없이 여유롭게 지울만한 것을 골라 천천히 지우며 하나씩 뉴베리 스트리트의 풍경을 담으며 걷고 있었다. 그리고 쭉 걸 가며 Commonwealth Ave쪽으로 걸어가고 있는 시간이었다. 마침 선수들의 경기 뒤 일반인들의 마라톤 경기는 계속되고 있었기에 뉴베리 스트리트와 커먼웰스 에비뉴가 만나는 코너에서 경기를 관람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았다.

그 코너를 중심으로 갓길 옆에서 관람자들을 관리하느라 경찰이 서넛이 서서 있었다. 그 자리에서 사진 몇을 담느라 머물고 있는 순간이었다. '쾅' 하고 소리가 나는데 나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서있던 경찰들의 눈빛은 달랐다. '쾅' 소리와 함께 재차 '꽝' 소리가 나는 순간 경찰들의 급한 눈빛이 오갔다. 그리고 이내 경찰들끼리 Walkie-talkie로 얘길 하는 것이다. 지금 Boylston Street에서 사고가 났다고 연락하는 소리를 바로 옆에서 듣게 되었다. 이것은 작은 사고가 아니구나 싶은 생각이 머리를 스쳐지는데 몸이 오싹해온다.

갑자기 차가운 불안의 기운이 스쳐 흐른다. 얼른 남편에게 전화를 넣고 딸아이에게 전화를 넣었다.
 "지금 여기 마라톤 경기장에서 bomb(폭탄)이 2개가 터져 큰 사고가 났다고..."
 "내가 움직이는대로 다시 연락을 하겠다고 전화를 끊고..." 그런데 순간 어느 방향으로 옮겨가야 좋을지 모르겠는 것이다. 그래서 침착하자 생각을 하고 이곳을 빨리 빠져나가는 것이 최우선이란 생각을 했다. 그리고 방향을 Cambridge로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찰스강의 다리 위를 뛰다시피 걸어나와 어렵게 택시를 잡아타고 남편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지난 4월 15일(월)에 열렸던 보스톤마라톤 대회는 117회째이고 2만 7천 명 이상의 선수들이 참가했다고 한다. 이번 보스톤마라톤 경기장에서의 폭탄 테러로 유명을 달리한 세 명의 고인이 된 테러 희생자 마틴 리처드(8세), 크리스틀 캠벨(29세), 루 링지(23세) 세 사람의 명복을 빌며 그의 유가족들에게 위로가 함께 하길 간절히 빌어본다. 그리고 이번 폭탄 테러로 다리를 잃고 몸이 상하고 마음이 상한 176명과 가족들에게도 마음의 안정과 평안을 찾을 수 있도록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한다. 참으로 무서운 세상을 살얼음 위를 걷는 것처럼 사는 우리들임을 또 깨닫는 아침이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skybost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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