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의 세상 스케치 387회
보스톤코리아  2013-03-04, 15:03:57 
오래전 한국 드라마의 테잎이나 DVD를 어렵게 한국마켓에서 빌려다 볼 때는 아이들 키우며 틈나는 대로 보았는데 요즘은 한국 드라마를 거의 보지 않고 산다. 그만큼 밖에 있는 시간이 집에 있는 시간보다 더 많아졌다는 이유일 게다. 지난해부터 처음 시작해 본 것이 '나는 가수다'였다. 동네에서 가깝게 지내는 언니가 그 프로그램의 노래들이 감동적이라고 한 번 보라고 추천을 해주었었다. 그런대로 마음에 드는 가수들의 노래가 가슴에 와 닿기도 해서 지금까지도 가끔 보고 있다. 그리고 다음으로 한 번씩 보는 프로그램이 바로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이다. 이 프로그램은 보면 볼수록 마음에 와 닿는다.

물론 이 프로그램을 이끌어가는 세 사람(이경규, 김제동, 한혜진)의 진지하면서도 재치있고 상큼한 멘트 그리고 숲 속의 샘물처럼 속 시원한 그 맛이 좋아 더욱 좋아하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이 프로그램에 나왔던 몇 기억나는 얼굴들이 있다. 가수 심수봉, 영화배우 최민식, 최민수, 이미숙, 고소영 등 자신의 삶의 얘기를 솔직담백하게 표현하는 모습에 감동받았었다. 때로는 자신이 유명 배우이며 공인이라는 사실마저도 마음에 두지 않고 깜짝 놀랄만한 얘기도 거침없이 털어놓는 이들의 모습에서 프로의 참멋을 느낄 수 있어 참 좋았었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은 시간을 내어 보려고 애쓴다.

그 전주에 방송됐던 힐링캠프 진행자 한혜진의 형부인 배우 김강우 씨가 출연했던 방송은 보지 못하고 지났었다. 조금 아쉽다 싶었지만, 시간이 되면 봐야지 하고 있던 터였다. 그리고 어제는 전주의 것을 보려고 시간을 내었는데 우연하게 그 후에 출연하였던 자칭 '미스코리아 출신 배우 김성령' 편을 보게 되었다. 한국 드라마를 잘 보지 않아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이 없는 정말 미스코리아 김성령으로만 기억되었던 얼굴이었다. 힐링캠프가 시작되는 처음 시간에도 중년의 나이에 있는 한 여배우려니 싶었다. 그렇게 시작된 특별하지 않은 한 여배우의 얘기는 솔직담백 그 자체였다.

그녀의 너무 솔직한 태도에 진행자들마저도 순간 멈칫하는 그녀의 넉살은 어디에서부터 시작된 것일까. 너무 솔직해 주책스럽다기보다 푼수 같은 느낌마저 들게 했던 그녀에게서 얘기가 더해갈수록 여느 배우들과는 남다른 여유와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 바로 그녀만이 갖고 있는 그녀의 깊은 내공이었다. 자유분방한 성격에 누구를 의식하지 않아 그야말로 연예인인 아내보다도 남편이 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챙겨야했다는 얘기에 그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것은 그녀의 오랜 삶 가운데 든든하게 뿌리박힌 자신의 자신감 내지는 당당함에서 기인한 것이라 여겨진다.

방송 중에도 그 누구를 의식하지 않고 87년도에 미스코리아에 출전하려던 것을 미루고 88년도에 출전해 진이 되었다며 그 전년도에는 미스코리아 진 장윤정이 출전했었다고 말해 진행자들마저도 폭소를 자아냈다. 자신이 배우이지만 사십 중반에 있는 일반 주부의 모습과 아줌마의 모습으로 자신의 얘기를 솔직하고 진지하게 풀어내는 모습에서 참으로 큰 감동을 받았다. 보통 그 나이의 여자들이 중년의 주부들이 그녀처럼 그렇게 솔직담백하게 살고 싶지만, 마음뿐 행동은 어렵다. 그것은 누구의 아내로 아이들 엄마의 이름으로 살아야겠기에 남의 눈도 의식해야 하고 체면도 차려야겠기에 쉽지 않은 것이다.

어제는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의 프로그램을 보면서 참으로 후련하게 깔깔거리며 웃었다. 배우 김성령, 그녀의 말과 표정과 몸짓 하나하나에 정말 내 속이 훅 뚫리는 느낌이었다. 바로 힐링을 경험하는 시간이었다. 그녀를 수식하는 여러 가지 이름들에는 미스코리아 진, 방송 MC, 배우 요즘은 연극까지 한다니 여러 이름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많은 이름은 내게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녀가 방송에서 그 누구의 눈치도 살피지 않고 체면 따위는 아예 차리려 애쓰지 않은 그 순수한 모습의 그녀, 그녀의 이름은 바로 '힐링녀'다. 답답한 속을 후련하게 뚫어 준 푼수 같은 솔직녀 그녀는 '힐링녀'인 것이다.

사랑스러운 '힐링녀' 그녀에게 반하던 날, 나는 다시 날고 싶어졌다. 아, 저렇게 살아야지 하면서 나 자신에게 용기와 꿈을 주는 하루였다. 남을 의식하고 체면 따위로 보냈던 날들이 얼마나 어리석고 아까운 시간이었던가 생각하는 날이었다. 그녀는 역시 프로다. 세상 나이 40에 다시 배우로서 기본을 배우고자 공부를 시작했었다는 그녀에게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언제 어디서나 그녀 자신으로 당당한 그 모습, 어찌 노력없이 되었을까. 그녀도 때로는 자신의 작아진 모습으로 힘들었다 하지 않던가. 자신 스스로 가슴 속 깊이 힐링을 체험했기에 가능한 사랑스러운 '힐링녀' 그녀의 매력에 그만 반하고 말았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skybost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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