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의 세상 스케치 384회
보스톤코리아  2013-02-11, 14:39:19 
어제(화) 오후부터 라디오 방송의 뉴스 보도뿐만 아니라 다른 프로그램 방송마다 폭설에 대한 얘기가 끊이지 않는다. 그것은 미 기상청에서 이번 주 금요일에 미 북동부 뉴잉글랜드 지방에 폭설이 쏟아져 토요일 아침까지 내릴 것이라는 예보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며칠 후에 있을 예보여서일까. 오늘(수) 아침의 하늘은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잿빛 틈 사이로 짙푸른 하늘이 이따금 한 번씩 보이는 한적한 겨울풍경이다. 하지만 어제부터 방송마다 폭설주의보를 내린 만큼 배짱 좋은 한인들을 빼놓고라도 아마도 대형마트마다 이른 아침부터 줄지어 며칠 동안의 음식을 장만하느라 분주할 것이다.

어찌 우리네 인생에서 자연의 일기와 기상뿐일까. 올겨울은 유난히 더 춥고 눈이 많이 내려 대설주의보가 여러 번 내려졌었다. 이 모든 것이 한곳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지구 여러 곳곳에서 야단법석들이 아니던가. 지구 온난화의 이상기온에서 시작된 하나의 표출일 것이다. 내가 살려면 네가 살아야 하는 이치를 알면서도 나를 먼저 채우고 싶어 아웅다웅하지 않던가. 너와 내가 우리로 함께 공생 공존하며 살아야 함은 분명한 일인데 어디서부터 제대로 시작해야 할지 막막할 뿐이다. 다음으로 가는 방법을 모를 때에는 처음으로 되돌아가는 방법이 제일 빠르다고 하지 않던가.

이처럼 각 방송마다 보도하는 폭설주의보에 민감해진 사람들은 우선 며칠간의 먹을거리와 그 외의 필수품부터 준비하는 것이다. 아무리 목소리 큰 인간도 묵묵히 제자리를 지키며 움직이는 자연 앞에서 얼마나 나약하고 보잘것없는 존재인지 새삼 또 깨닫는다. 높은 곳을 오르면 오를수록 땅 위에 있는 물체들이 점점 멀어지며 얼마나 작아지는지 실감하지 않던가. 그 작은 물체에 속한 나의 모습이 점차 작아지며 모래사장의 모래알처럼 그리고 바람에 날리는 티끌처럼 작은 나를 보지 않던가. 이렇듯 나약한 나의 존재를 인정한다면 그 속에 있는 더 큰 나를 만날 것이다.

우리네 삶에서도 이처럼 느닷없는 폭설을 만나기도 한다. 폭설주의보라도 내려졌더라면 다행이지만, 그런 예보조차 없는 상황에서 느닷없이 들이닥친 삶의 폭설을 만날 때는 참으로 난감하고 막막하기 그지없는 일이다. 이처럼 거친 폭풍우 앞에서 흔들리지 않고 묵묵히 잘 견뎌내면 삶에서도 더욱 단단해지고 견고해지는 삶의 지혜를 얻게 된다. 한적한 어느 날 하루 느닷없는 폭풍우, 예고 없는 폭설이 한차례 찾아와 정신없이 휘저어 놓고 지나간 자리. 그 자리에서 바라본 하늘은 더욱 맑고 파란 것처럼 우리네 삶에서도 이런 경험이 자신에게 얼마나 값지고 소중하고 귀한 것인지 깨닫게 되는 것이다.

지난 한해는 내게도 이처럼 예고 없이 찾아온 폭풍우와 폭설처럼 참 견디기 힘든 시기를 보냈다. 삶의 한 부분에서 가슴이 답답하고 억울한 것 같은 그런 느낌의 생활은 나 자신을 지치게도 하고 몸과 마음을 자꾸 상하게 하였다. 지난 한 해 동안 힘들고 그 억울했던 마음을 가라앉히며 내 자리에서 흔들리지 않고 묵묵히 잘 견뎌냈다는 생각을 한다. 그 어떤 상황의 설정에서 억울하고 답답하다고 그에 따른 해명이나 변명 같은 것은 나의 자존심을 더욱 상하게 했기 때문에 참고 견뎌보기로 마음의 결정을 내렸던 것이다. 진실은 언제나 승리한다는 것을 믿고 사는 까닭에 긴 기다림을 잘 견딜 수 있었다.

이렇듯 견디기 힘들었던 지난 한해를 돌아보며 그 시간이 헛되지만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 시간으로 나 자신을 성찰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며 더욱이 나 자신이 단단해지고 내 삶의 모양과 색깔이 더욱 견고해진 이유이다. 그 어렵고 힘든 시간을 견디기 위해 더욱 열심으로 내 작업을 위한 시간을 가졌으며 그에 따른 목표를 세우고 열정적으로 뛰었던 지난 한해였다. 우리네 삶에서 특별히 좋고 나쁘고의 일이 따로 있을까. 그저 우리의 인생에서 흐르다 만나고 만나다 흘러가는 특별하지 않은 소소한 일상인 것을 말이다. 흘러가는 일 앞에서야 그 누군들 혼자 멈출 수 있을까 말이다.

스톰(Storm) 노-리스터(Nor’easter)가 올 것이라고 예보해주는 기상청이 있어 다행이다. 폭설주의보를 통해 미리 준비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미리 준비해도 피해를 막지 못할 때가 많은데 할 수 있는 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인생에서는 미리 준비하라는 폭설주의보처럼 인생준비주의보가 없다. 다만, 자신의 경험과 그에 따른 이해를 통해서 지혜를 얻을 뿐이다. 그마저도 자기 성찰이 부족하면 알아차리지 못하고 흘려보내기 쉬운 일이다. 계절과 계절 사이의 흐름을 보듯 우리의 삶 가운데서도 그 흐름을 읽을 수 있는 자기 성찰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잠시 해보면서.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skybost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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