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의 세상 스케치 369회
보스톤코리아  2012-10-22, 12:34:25 
지난 10월 6일에 미국 로스쿨 입학시험인 LSAT(Law School Admission Test)가 있었다. 이 세상의 모든 엄마의 마음은 비슷할 것이다. 자식을 위해 늘 기도하는 간절한 마음은 어느 부모인들 다를까 말이다. 우리 집 삼 남매 중 둘째인 큰 녀석이 대학 4학년에 재학 중인데 로스쿨 입학을 준비하고 있다. 녀석은 여름방학 동안에도 쉬지 못하고 필요한 공부를 위해 덴마크의 수도인 코펜하겐(Copenhagen)에 두 달 동안을 다녀왔다. 집에서 머무는 동안에도 로스쿨 시험 준비로 마음이 편치 못했을 녀석을 생각하니 괜스레 엄마는 더욱 미안해진다.
시험을 치르기 전날 오후에 녀석과 통화를 했다. 밤이 되어 다시 전화 목소리를 듣고 싶은데 혹여 아이에게 신경 쓰이게 할까 봐 간단하게 텍스 메시지를 남겨놓았다. 그 다음 날 아침 전화를 하고 싶은데 이 녀석이 몇 시쯤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몰라 엄마의 마음은 조바심이 났다. 하지만 이내 묵묵히 마음으로 기도하며 기다리기로 했다. 마침 그날 산악회에서 산행을 가기로 했었기에 녀석에게 시험을 마쳐도 통화가 어려울 것 같아 시험 보는 날 엄마가 산행가는 날이라고 미리 귀띔해놓았던 차였다. 헌데, 산행이 취소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 녀석과 엄마는 어려서부터 얘기를 자주 나누는 편이다. 가끔은 엄마의 고민도 들어주는 기다릴 줄 아는 녀석이다. 딸아이가 누나이지만, 바쁜 마음에 무슨 일을 부탁하거나 시킬 때에는 딸아이 이름보다 이 녀석의 이름을 먼저 부르는 데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딸아이는 자기가 무엇을 하고 있을 때는 에누리 없이 '노우'다. 하지만 이 녀석은 언제나 제 할 일이 있어도 엄마에게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따뜻한 대답을 해주는 녀석이다. 딸아이와는 다른 성격의 이 녀석이 엄마로서 가끔 걱정되는 것은 늘 생각이 깊어 고민도 많고 걱정도 많은 아이라 때로는 염려가 된다.

어려서부터 아빠 엄마의 말을 잘 들었던 아이다. 그뿐일까. 세 아이가 모두 연년생이라 유치원에 들어가고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간혹 같은 담임 선생님을 만날 때가 있다. 이 녀석은 선생님의 말씀도 잘 들어 선생님들께 늘 칭찬을 들었던 녀석이다. 이듬해에 새로운 학년이 시작되어 막내 녀석을 데리고 학교를 찾아가면 큰 녀석 담임을 했던 선생님이 처음에는 얼마나 반가워하는지 모른다. 우리 집 막내 녀석이 조용하고 말 잘 듣던 형의 덕을 톡톡히 보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어디 오래갈까. 두 달을 채우지 못하고 이내 제 모습을 드러내는 개구쟁이라니.

우리 집 큰 녀석은 태어나자마자 심장병을 앓게 되었다. 오래도록 병원을 들락거리며 겉으로는 아픈 아이라는 것이 표시가 안 났지만, 크도록 원하던 운동을 하지 못했던 녀석이다. 고등학교 때 처음으로 좋아하던 운동을 시작했다가 연습 중에 쓰러지는 바람에 위험한 고비를 넘기고 난 후 심장에 페이스 메이커를 달았다. 남에게 일일이 말하지 않았지만, 이 녀석을 보면 엄마의 가슴은 늘 아리고 저린 녀석이다. 언제나 이 녀석 곁에만 있으면 엄마는 고맙다는 생각이 앞서는 아이다. 가끔 큰 덩치로 엄마를 위로해줄 때는 더욱이 고맙고 자랑스럽기까지 한 녀석이다.

"시험은 잘 치렀니?"
하고 엄마는 시험 마칠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 녀석에게 전화를 했다.
"네, 엄마!"
아들 목소리의 대답이 마음이 놓이지 않는 목소리다.
"그래, 열심히 했으면 됐지 뭐!"

12월에 있는 시험을 더 보고 싶다고 말해오는 아들의 목소리에 엄마는 가슴이 아프다. 제 맘껏 다하지 못한 것인가 싶어서 말이다. 이럴 때는 참 난감하다. 엄마라고 해서 아들에게 뭐 특별히 해줄 것이 없기 때문이다. 가만히 있는 남편에게 괜스레 핀잔을 주면서 이번 시험이 어려웠나? 하고 다른 탓을 찾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생각하면 어리석기 그지없는 행동을.
남편은 그새 여기저기 설치를 하며 아들 시험에 대해 찾아보았던 모양이다.

"그 시험이 그렇지 뭐!"
"딱히 답이 정해진 것이 아니니 생각을 묻고 답을 적는 것이 많으니..."

다른 경험자들의 의견을 나눈 자료가 있어 보았는데 다들 시험을 치르고 난 후에 자신의 점수가 낮을 것이라고 예감을 한단다. 그렇게 남편은 아내를 안심시키며 자신도 위로를 받는 모양이다. 또한, 이 시험은 두 번 반복해서 보는 것보다 한 번 치른 것으로 결정하는 편이 나을 것이라는 자기 생각과 의견까지도 첨부해서 말이다. 이렇듯 염려로 있는 부모의 마음을 자식이 알기나 할까.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skybost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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