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의 세상 스케치 362회
보스톤코리아  2012-09-03, 12:36:53 
엊그제는 니나의 생일 초대를 받아 다녀왔다. 니나를 처음 알게 된 것은 가깝게 지내는 유 화백(수례 언니)의 갤러리에서였다. 갤러리에서 전시하는 동안 사진을 여기저기 담고 있는데 언니가 니나를 데리고 와서 인사소개를 해준다. 반갑게 손을 잡아 인사를 나누는데 그녀의 커다란 눈의 눈빛과 고운 몸짓의 태도에서 니나의 첫인상이 내게 깊이 남았다. 그렇게 처음 그녀를 만난 것이다. 그 후 시내에서 니나와 니나의 친정 부모님 그리고 가깝게 지내는 수례 언니와 사촌 언니와 함께 한국식당에서 함께 저녁을 먹었었다. 그렇게 서로의 근황이 궁금해졌고 소식을 주고받으며 친구가 되었다.

지난봄에는 니나의 집에서 친정어머니가 러시안 음식을 준비하신다며 초대를 했는데 급한 사정으로 참석을 못해 못내 서운했었다. 그런데 이번 생일 파티에 초대해서 다녀왔다. 니나는 요즘 미국 전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줌바(ZUMBA)'를 가르치는 강사이다. 아이 넷을 키우는 평범한 엄마이고 남편 또한 의사 직업을 가진 여유 있는 가정의 한 주부이다. 하지만 니나는 한 남자의 아내와 네 아이 엄마의 자리에만 안주하지 않고 자신의 일 또한 열심히 하는 멋진 여자이다. 언제 만나도 환한 웃음과 밝은 표정은 상대방에게 호감을 갖게 하는 사랑스러운 여자다.

지난번에는 니나의 작업 공간이 궁금해 카메라를 들고 찾아가 열심히 줌바를 가르치는 모습을 렌즈에 몇 컷 담아왔다. 친구 니나로 만날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의 열정적인 그녀가 더욱 아름답게 느껴졌다. 니나의 집이 메인 주 키터리(Kittery) 에 살고 있어 그 주변의 스포츠 클럽 두 공간을 오가며 줌바를 가르치고 있다. 이 클래스를 찾는 이들의 연령대는 주로 50대에서 70대 사이의 사람들이 많았으며 여자가 주로 많았다. 내 경우도 우리 동네의 BSC의 Zumba 클래스를 가끔 들려보기도 하는데, 가만히 생각하니 니나 클래스(선생이나 학생)의 그 열정적인 뜨거움을 따르지 못한다는 생각을 했다.

니나의 집은 New Hampshire 주의 Portsmouth를 지나 숲 속 깊숙한 곳의 Maine 주의 Kittery에 있었다. 생일 초대를 받아 가깝게 지내는 우리 몇은 니나 집을 향해 달렸다. 서로의 마음을 담은 부담스럽지 않을 선물을 가지고 말이다. 사람들을 초대한 시간이 저녁 5시부터 시작이기에 그 시간을 맞춰 갔는데 커다란 집 앞에 차들이 별로 없다. 집을 잘 못 찾아온 것은 아닌지 확인을 하니 맞게 찾아왔다. 여하튼 누가 먼저 와있든 늦게 오든 간에 우리는 약속 시간을 맞춰 왔으니 들어가는 일밖에. 그렇게 대문 앞에서 초인종을 누르는데 아무런 인기척이 없다. 뒤뜰에서 어머니가 기다리고 계신다.

도착하니 뒤뜰에서 니나의 어머니는 딸의 생일 축하를 위해 찾아오는 손님들을 위해 손수 음식을 준비하시고 계셨으며 곱게 차려입고 손님을 맞을 준비마저도 잊지 않으셨다. 니나가 지금 급하게 옷을 갈아입는 중이라는 말씀과 함께 말이다. 나중에 니나의 얘기를 들어 알았지만, 가깝게 지내는 친구의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그날 오후에 장례식에 다녀와서 옷을 급하게 갈아입게 되었다는 설명을 덧붙여 준다. 그렇게 니나의 친구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하고 니나의 친정아버지께서 직접 딸을 위해 만들어 놓으신 러시안 음식(양고기 야채볶음밥)을 서서 손님들에게 당신이 손수 담아주신다.

생일 초대를 받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니나의 줌바 클래스의 학생들이었으며, 가족이 몇 그리고 니나의 가족도 미국으로 이민 온 여느 한국의 가정처럼 외국에서 온 사람들이라 영어를 필요로 하는 까닭에 어머니 아버지 아이들의 영어를 담당하는 영어 선생님도 계셨다. 또한, 니나의 집에는 네 아이를 돌보고 집의 안팎을 돌보아주는 러시아 부부가 함께 살고 있었다. 여느 한국 가정에서 보기 드문 풍경이기에 새로운 눈으로 만나게 되었다. 여러 사람들이 모이니 인터내셔녈 생일 파티가 되고 말았다. 하지만, '줌바'라는 공통분모가 있었기에 서로 나눌 얘기들이 넉넉했으며 스포츠에 대한 대화가 주를 이뤘다.

이렇게 서로의 얘기로 즐거움이 무르익을 때쯤 니나의 남동생이 누나 니나의 얘기를 들려준다. 엄마가 딸의 얘기를 들려주시면 아들은 어머니의 딸의 추억 얘기를 통역해주면서 그렇게 우리는 니나의 생일을 맘껏 축하해주었다. 그리고 얼마가 지났을까. 뒤뜰의 저녁이 어두워질 때쯤 촛불이 켜진 생일 케익이 뒤뜰로 나오고 있었다. 네 아이가 엄마 곁에 서고 남편도 아내 곁으로 오는 중 우리는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는데 처음에는 '해피 벌스데이 투 유~" 하다가 다음에는 러시아 언어로 그리고 프랑스, 스페인 그렇게 죽~ 이어가다가 "생일 축하합니다," 하고 우리도 니나에게 축하의 노래를 한국말로 불러주었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skybost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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