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의 세상 스케치 - 338회
보스톤코리아  2012-03-05, 11:37:20 
그 누구보다도 가까운 사이일수록 서로에게 내어 주는 시간과 공간이 필요하다. 특별히 부부간에는 이 부분에 있어 서로 이야기를 나누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부부라는 이유로 그 어느 한 쪽(남편이나 아내)을 구속하거나 자신의 마음대로 좌지우지한다면 바람직하지 못한 관계라고 볼 수 있다. 서로에게 가끔은 심호흡을 할 수 있도록 혼자만의 시간을 내어 주는 것이 사랑의 한 방법이며 그 사랑이 곧 배려이지 않을까 싶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아이들과 함께 있어주어야 할 때가 많아 어렵지만, 자녀들이 자라 대학에 입학할 정도가 되면 부부간에 서로 의견을 나누어 취미 활동을 격려해줄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서로 타고난 성품이 다르고 자라온 환경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지만, 내 것만을 강요하지 않고 상대에게 맞추려 애쓰며 사는 것이 우리 부모님 세대의 생활일 것이다. 미국에 이민 와서 20여 년, 30여 년이 넘게 살아도 자라온 환경을 벗어던지지 못하는 것이 우리 한국인들이지 않나 싶다. 특별히 그 누구라고 할 것도 없이 한국의 전통적인 문화와 정서 그리고 한국의 가정환경에서 자란 우리들의 모습일 게다. 현실의 삶에서도 그 누구 때문이 아닌 나 자신 스스로가 끌어안고 선택한 환경에 대한 책임이었을 뿐이다. 그러다 보면 삶에서 하고자 했던 말이나 행동을 제대로 표현도 못하고 이렇게 미루고 저렇게 미루다 그만 앙금만 쌓이는 것이다.

시간이 허락된다면 주말에 산행도 좋고 바닷가를 찾아도 좋을 일이다. 뉴잉글랜드 지방의 특색이라면 그 어느 지방보다도 사계절이 뚜렷하다는 것이다. 계절마다 여기저기 들녘에 예쁜 들꽃들이 많이 피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경제적인 문제를 제일 먼저 생각하다 보면 그 무엇하나 제대로 할 수가 없는 것이 자녀를 둔 부모들이다. 요즘처럼 경제가 어두운 때에 자식의 학자금도 어려운데 무슨 정신 나간 소리냐고 하는 목소리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어려운 경제를 서로 마주하고 머리 싸매고 있다고 풀 수 있는 것도 아닌 까닭에야 무거운 마음이라도 달래야 하지 않겠는가. 자연과 가까이하는 것보다 더 경제적인 방법이 또 있을까 말이다.

중요한 것은 서로를 묶어두지 말자는 얘기다.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대화를 충분히 한 후에 가끔 하루쯤은 아내 혼자서 또는 남편 혼자서 훌쩍 떠나보는 날이면 좋지 않겠는가. 각 가정의 부부마다 사랑하며 사는 방법이 다양할 테지만, 도무지 혼자는 떨어지기 싫어하는 경우도 가끔 보게 된다. 그것이 옳다 그르다 말할 것도 이유도 없지만, 하루 정도는 아무리 가까운 부부 사이라 해도 서로에게 시간과 공간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혹여 떨어지기 싫은 이유가 남편을 또는 아내를 믿지 못해서라면 더욱이 안타까운 일이다. 한 일주일을 아내나 혹은 남편을 혼자 여행 보낸다는 얘기에 소스라치듯 깜짝 놀라 하는 이들도 가끔 있기는 하다.

그 어떤 관계에서도 서로의 신뢰보다 중요한 것은 없는 법이다. 그 관계가 부부이든, 친구이든 가족이든 간에 서로를 믿지 못한다면 그 관계는 이미 서로의 사이에 금이 간 것이다. 이처럼 가까운 사이일수록 서로를 묶어두지 말아야 하는 까닭이다. 물은 흘러야 한다. 흐르지 않고 고여 있는 물은 썩게 마련이듯 사람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란 생각이다. 서로의 생각이 흐를 수 있도록 통로를 마련해주어야 한다. 서로 소통이 원활하도록 여유로운 공간을 주어야 한다. 그 어떤 관계에서든 간에 지나친 간섭은 서로에게 불필요한 잔소리가 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상대방에게 대한 관심과 간섭을 착각할 때가 있다.

여행은 누구에게나 관용을 배우게 한다고 하지 않던가. 여행은 새로운 곳에 대한 설렘도 있지만, 그 설렘과 함께 두려움도 동반한다. 그러하기에 색다른 곳에서 만나는 언어와 문화에 대한 예의도 배우게 되고 기다림도 배우는 것이다. 여행하면서 경험하며 배우는 삶의 지혜는 먼 여행지에서만 통용되는 것은 아니다. 집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산을 오를 때도 여행하는 마음과 비슷한 느낌을 경험한다. 처음 만나서 함께 호흡하며 오르는 산은 늘 설렘과 두려움을 함께 경험하게 한다. 그래서 가까운 산을 오를 때나 바다를 찾을 때나 들을 찾을 때에도 언제나 느낌은 먼 여행지와 마찬가지란 생각이다. 여행은 언제나 삶의 지혜를 배우게 한다.

자녀의 교육에도 부모의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된다. 서로 신뢰하며 여행을 즐기는 방법을 부모들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자녀가 배우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여행을 좋아하는 부모에게서 자녀들은 생각의 폭과 넓이가 커지고 삶의 경험이 더욱 풍요로워지는 것이다. 단 하루의 여행일지라도 자연과 함께 충분히 자신을 열어놓는 연습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 문명의 발달로 마음은 더욱 조급해지고 여유를 잃게 되고 서로를 믿지 못하는 문화 풍토 위에서 삶을 꾸려간다. 이런 삶의 현실에서 우리에게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서로 마음을 열어놓을 수 있는 소통이고 그 소통을 위해 신뢰가 필요한 것이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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