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의 세상 스케치 - 303회
보스톤코리아  2011-06-20, 14:38:02 
계절마다 만나는 샛길에서 사계절을 만날 수 있음이 참으로 감사하다는 고백을 하게 된다. 꽃피는 봄이면 봄대로 숲 속 새소리 정겨운 여름이면 여름대로 울긋불긋 단풍 물들이는 가을이면 가을대로 그리고 온 세상이 하얀 눈으로 쌓인 겨울이면 겨울대로 행복해하면서 산다.
"어찌 이리도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셨는지요?" 하고 창조주께 감사의 고백을 올리면서 사계절의 만난다.
어찌 살면서 어려움이 없을 수 있으며 아픔과 고통이 없겠는가. 다만, 지금까지 내게 베풀어주신 그분의 따뜻한 그 사랑을 알기에 이미 주신 것에 감사하며 하루를 산다.

세 아이가 어려서는 엄마의 품에 있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을 입학하며 대학 기숙사에서 생활하게 되면서 하나 둘 연년생인 아이들이 부모의 곁을 떠났다. 사실 섭섭하다는 생각을 할 사이 없이 바쁘게 살았다. 그래도 고마운 것은 세 아이가 지금까지 큰 말썽 없이 청소년기를 잘 보내고 있어 그저 감사한 마음으로 산다. 아직도 그 나이에 있는 아이들이기에 엄마의 마음은 늘 아이들을 향해 있다. 때로는 그 걱정스러운 마음을 달래기 위해 기도와 묵상의 시간을 갖는가 싶다. 자식을 향한 엄마의 간절한 마음이 기도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내 어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자식을 키우며 속이 상해 내뱉는 말 중에 아이들은 아이들 인생이 따로 있는데 그러면 '내 인생은 어디 있느냐?'며 속상한 마음을 털어놓는 친구들이 가끔 있다. 그 속마음을 어찌 모를까. 자식을 키우는 엄마들은 모두가 그런 마음이 들 때가 있었을 것이란 생각이다. 하지만 깊이 생각에 머물면 '자식이 내 인생 가운데 들어 있음'을 깨닫게 된다. 자식이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깨닫고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러하기에 자식도 제 갈 길을 제대로 갈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고 인생의 선배로서 해줄 수 있는 귀하고 값진 선물이란 생각이다.

특별히 미국에서 자식을 키우는 부모로서 어려운 상황에 부닥칠 때가 한두 번이었겠는가. 남편(아빠)은 어려서부터 미국에서 자라 미국 교육을 받은 사람이고, 엄마는 청소년기를 보내고 온 사람이기에 언어적인 문제에서 다른 미국 부모들과 나란히 교육 문제를 나누기가 버거웠다. 하지만 아이들이 어려서도 열심히 어쩌면 열성적이고 극성스런 엄마였는지도 모른다. 나 자신 스스로 미국 엄마들에게나 미국 아이들에게 뒤지고 싶지 않아 더욱 열심을 부렸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아이들을 곁에서 챙기고 교육을 위해 애쓴 사람은 아빠가 아닌 엄마였기에 더욱 바쁘게 살았다.

남편(아빠)에게도 늘 고마운 마음이다. 어떤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지 않겠으며 아내를 아끼지 않겠는가. 하지만 이 사람은 언제나 한결같은 마음의 소유자다. 세 아이에게 아빠로서나 아내의 남편으로서도 자상하거나 살갑지 못하지만 언제나 한결같은 그 깊은 마음만큼은 진국이다. 여느 남편이나 아빠들도 그렇겠지만, 처자식을 챙기는 책임감은 그 누구도 따라오지 못하는 사람임을 안다. 그래서 곁에서 바라보면 늘 고마운 마음이 앞선다. 언제나 철없이 부족한 아내를 곁에서 챙겨주는 그 마음이 고마워 눈물이 고일 때가 있다. 남편이라기보다는 아버지 같을 때가 더 많다.

세 아이를 키우며 그들에게서 많은 것을 배운다. 한 어머니의 뱃속에서 태어나 한 가정에서 한 부모의 가르침 아래 자라지만, 어찌 그리도 성격들이 다른지 모른다. 자식을 키우는 부모는 다른 집 아이의 잘못을 탓하거나 흉잡지 말라는 우리 어머니들의 가르침처럼 이렇듯 내 자식도 각각이기 때문이리라. 자식이 여럿인 부모는 어느 자식의 의견에 편을 들 수가 없다. 다만, 그들의 생각을 들어주고 얘기를 들어주는 일, 토닥여 주고 기다려주는 일밖에 다른 도리가 없음을 새삼 또 깨닫는다. 자식이 자라면 어렵다는 말이 가끔 실감 나는 요즘이다. 그래서 더욱 남편이 고마운 날이다.

열흘 전(5월 말)에는 큰 녀석이 여름방학 동안 '정치학 인턴십(2달)'을 위해 와싱턴으로 떠났다. 6월과 7월을 보내고 8월 중순이 되어야 집에 돌아온다. 그리고 딸아이와 막내 녀석도 뉴-햄프셔 주에 있는 '썸머 캠프'의 카운슬러 잡을 잡아 어제 집을 떠나 2달 동안을 지내다 오게 되었다. 세 아이 모두가 2달 동안 맡은 일 잘 감당하고 돌아올 것이라고 믿어보지만, 엄마의 마음은 여전히 놓이질 않는다. 자식을 향한 엄마의 마음은 늘 이렇듯 조바심을 내며 그 마음을 달래기 위해 기도를 하게 한다. 오래전 내 어머니가 새벽마다 멀리 타국에 있는 막내딸을 위해 기도를 올렸던 그 간절함의 기도를.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skyboston@hanmail.net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작성자
신영 칼럼니스트    기사 더보기
의견목록    [의견수 : 0]
등록된 의견이 없습니다.
이메일
비밀번호
신영의 세상 스케치 - 305회 2011.07.11
꽃보다 사람
신영의 세상 스케치 - 304회 2011.06.27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신영의 세상 스케치 - 303회 2011.06.20
자식을 향한 부모의 마음
신영의 세상 스케치 - 302회 2011.06.13
영혼의 외나무다리에서 내가 만난 두 사람
신영의 세상 스케치 - 301회 2011.06.06
당신은 내게 꼭 필요한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