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의 세상 스케치 - 284회
보스톤코리아  2011-02-07, 14:03:48 
타국에서 맞는 '설'은 늘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다. 한국의 뉴스를 통해 만나는 설명절의 풍경은 철없던 어린 시절의 꿈과 끝없던 동심으로 안내한다. 가끔 곁에 연세가 높으신 어른들을 뵈면 저 노인들의 가슴에 남은 고향은 얼마나 깊디깊을까 하고 생각할 때가 있다. 반백의 세월을 고향을 떠나 낯선 타국에서 외로움을 달래고 그리움을 삭이며 지내다 훌쩍 팔순을 넘기고 구순으로 가는 길목에 서 있는 노인들. 오늘처럼 설이 다가오는 날이면 언제 또 내 고국의 하늘 아래에서 내 고향 땅을 한 번이라도 밟아볼 수 있을까 하고 생각에 머물 노인들을 잠시 생각해본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관계는 딱히 뭐라 하지 않아도 아들과 남편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한 남자를 사이에 두고 두 여인의 보이지 않는 신경전일지도 모른다. 오래전 대가족을 이루고 살던 농경 시대에는 곡식을 채워두는 광 열쇠를 시하층층 시할머니가 그리고 시어머니가 쥐고 있었던 때가 있었다. 가정 안에서의 주부들이 하는 일이 우선 밥을 짓고 빨래를 하고 집안을 치우는 일이 아니던가. 그중에서도 제일 중요한 일이 밥상을 차려 올리고 물리면 치우는 일이 아닐었을까 싶다. 그 시대를 지나 지금이라고 먹고사는 일에 있어 달라진 것이 뭐 있겠는가.

이처럼 유교 집안의 시어머니는 시할머니로부터 시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밥상에서부터 잔칫상, 제사상까지 당신이 고이 간직했던 귀한 살림을 며느리에게 물려주고 싶은 것이리라. 그 집안의 예절과 법도 지켜야 할 것과 간직해서 물려줘야 할 것들을 특별히 조상을 모시던 유교의 제사는 빼놓을 수 없는 제일의 법도였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렇게 몇 대를 거쳐 지내오던 한 가정의, 집안의, 가문의 가풍을 이어가야 할 며느리 자식을 들이는 일은 인륜지대사(人倫之大事)임에 틀림없는 일이다. 자식의 결혼을 앞두고 상대의 종교에 대한 걱정은 당연한 일이다.

결혼이라는 것이 두 사람만이 좋아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님을 결혼 생활 20여 년이 지난 지금에 더욱 절실히 느끼는 일이다. 서로 자라온 환경이 다른 사람이 만나 가정을 이루는 것도 어려운 일인데 거기에 시집 가족과 처가집 가족과의 화합이란 것이 그리 만만치 않은 일이다. 또한, 종교적인 문제를 가벼이 넘길 수 없는 것은 결혼 후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에서 고부간의 갈등의 씨앗이 되기 때문이다. 기독교 집안의 시어머니에 유교 집안의 며느리라면 그나마 당행이지만, 특별히 유교 집안의 시어머니에 기독교 가정의 며느리라면 더욱 문제는 쉽지 않은 일이다.

유교 집안에서 자란 아들이 기독교 가정에서 자란 아내와 결혼을 하여 기독교 신자가 되었다면 차라리 다행한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지 않고 며느리 자식만 기독교 신자라면 다른 때는 제쳐놓고라도 명절날인 설이 되거나 추석 그리고 시어른들의 제삿날에는 부부간의 갈등이 높아지고 스트레스 지수가 더욱 높아지는 것이다. 가만히 생각해도 쉽지 않은 일이겠다 싶어 마음이 무거워진다. 이렇듯 유교 집안의 시어머니와 기독교 며느리 간의 골 깊은 갈등을 벗어던질 방법은 진정 없는 것일까. 그 갈등을 해결한 방법이 있다면 도대체 어떤 방법이 있는 것일까.

얼마 전 한국 뉴스를 만나며 이런 일은 충분히 있을 수 있겠구나 싶은 기사를 읽게 되었다. 뉴스의 아티클은 다름 아닌 "종교 문제로 '제사 갈등' 부부에 법은 "이혼하라""라고 판결을 내린 것이다. 종교 때문에 부부가 갈등을 빚는 경우가 많은데 제사에 참여하는 문제로 시작된 부부 싸움이 집안싸움으로까지 번지게 되었다. 이 사건을 두고 법원은 그냥 갈라서라고 판결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종교적인 문제가 삶에서 얼마만큼의 영향을 끼치는 것일까. 유교 집안의 시어머니나 불교 집안의 시어머니든 기독교 집안의 며느리든 간에 진정 화해로 가는 길은 진정 없단 말인가.

"불교 집안 출신 남편과 아버지가 목사인 기독교 집안에서 자란 부인. 이 부부는 지난 2007년, 일요일과 겹친 설날 크게 부딪혔다. 남편과 시부모는 "제사를 지내러 가자"고 했고 며느리는 "일요일이라 교회에 가야 한다"고 답했다. 시부모는 다시 "절은 안 해도 되니 인사나 하자"고 했고, 며느리는 "제사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이후 제사 문제는 결국 양쪽 집안 갈등으로까지 번졌다. 결국, 남편은 지난 2009년 부인을 상대로 이혼 및 위자료 소송을 냈다." 그리고 결국 법정에서의 판결은 '이혼하라' 였다. 이 법의 판결을 받은 사건의 뉴스를 보면서 많은 생각이 교차한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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