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 기사 - Apple is taking 94% of profits in the entire smartphone industry
나는 미국에 온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이건 아마도 보스턴을 포함한 동부 북미에서 느낄 수 있는 소위 디지털 사고보다 소위 인문과학 사고로 가능하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일본의 전자업계 초기에 고전을 하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제품이 전환되는 시점에서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그야말로 아날로그 사고에서 디지털 사고로 조기에 전환한 결과 덕분이다. 자동차, 화학, 무역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제조 기술을 쌓아가고 있던 상황에서 디지털 기술을 조기에 도입함으로써 거두어들인 의미 있는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어떻게 디지털 사고는 아날로그 사고를 이길 수 있었을까. 아날로그 사고는 감각에만 의존하는 사고이다. 정량적으로 따지지 않고, 좋을 것 같거나 나쁠 것 같은 느낌으로 결정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나쁜 방식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오랜 숙련자만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한계가 있다. 감각은 한 분야에서 꾸준히 역량과 경험을 쌓아야만 제대로된 느낌을 가질 수 있게 훈련되기 때문이다. 사실 반평생을 한 분야에 종사한 장인들은 아무리 첨단 디지털 기술이나 사고라고 해도 이기기 힘들다. 그렇지만, 분야가 다양해지고 해야할 일과 필요한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상황은 바뀌었다.
내가 입사한 20년 전 시절만 해도 회사에서는 일본의 아날로그 Hi-vision 기반 차세대 텔레비전 기술과 미국의 신호처리에 기반을 둔 디지털 HDTV 기술 사이의 장단점을 따지고 있었다. 그때만 해도 숙련된 아날로그와 새로 나온 디지털 기술 사이의 장단점을 뚜렷이 구별하기 힘든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또 한 번의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제 디지털 사고를 넘어 인문과학 사고로 전환해야 할 시점에 온 것이다. 인문과학 사고는 단순히 인문학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의 감성적이고 영적인 부분까지 읽어낼 수 있는 기술과 가치관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디지털 사고는 맞고 틀림을 0과 1처럼 따지는 방식이라면 인문과학 사고는 어느 정도는 맞지만 어느 정도는 틀려 있음을 동시에 말할 수 있는 생각이다. 또한 디지털은 선형적이고 수학적인 모델에 기반을 두어 결정을 해 나간다고 하면 인문과학 사고는 사람의 생각처럼 융합적이고 복합적인 원리에 의해 판단을 해나가는 방식이다.
어떤 디지털식 사고를 하는 휴대폰 기업도 한 기업의 메탈 바디 스마트폰이 왜 가치가 있는지 그전에는 깨닫지 못했다. 메탈이 아니라고 해서 통화가 안 된다든지 스마트폰의 여러 가지 앱들이 안돌아가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앱스토어(마켓팅), 운영체제(소프트웨어), 디바이스(하드웨어)의 융합이 어떤 시너지를 가져다줄지도 예측하지 못했다.
이런 복합적이고 비선형적인 가치는 디지털 사고로는 거의 인지할 수 없다. 인문과학 사고를 해야만 이런 문제에 대한 해안을 가지게 되고 가치를 판단할 수 있다.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 세계 비즈니스 세계가 또 한 번 요동을 치고 있다. 이런 시대에 기존 가치에 머물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가치에 도전할 건지는 본인이던 기업의 리더이든 스스로 결정하기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새로운 변화는 위기와 동시에 기회임을 인지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할 부분이라 생각된다.
김성진, Ph.D.
리서치 스칼라 (Post-doc)
하바드대학
sungjinkim@fas.harvard.edu